[1형 당뇨 진단 기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냥 단순한 건강검진 결과일 거라 생각했는데, 제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거든요. 그날 이후 저는 매일 혈당 수치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또 그 숫자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게 삶이 될 줄 몰랐습니다.
왜 하필 그 시기였을까?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에서 이상한 징후가 시작되다
당시 저는 50대 초반의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아침엔 늘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고,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면 커피믹스를 여러 잔 마시며 버텼죠. 어느 날부터인가 유난히 입이 마르고,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물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고, 몸이 자꾸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피로 때문이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때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고 있어서 야근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만에 체중이 3kg이나 줄었습니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바지가 헐렁해졌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이상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가기로 결심한 아침
그날 아침, 거울을 보는데 얼굴빛이 유난히 창백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결국 토요일 오전에 동네 내과로 향했습니다. 피를 뽑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끝이 차가워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 얼굴을 보며 잠시 말을 고르더니 “혈당이 상당히 높네요. 좀 더 정밀검사가 필요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그 말 한마디에 모든 자신감이 무너졌습니다. ‘설마 당뇨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스스로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결과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빛이 유난히 따가웠습니다.
정말 1형 당뇨일까?
대학병원에서 받은 검사
며칠 뒤,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C-peptide 검사, 자가항체 검사,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결과에 따라 1형 당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제 손이 떨렸습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제 귀를 때렸습니다. 의사는 차분히 설명했지만, 제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앞으로 인슐린 주사가 필요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날 밤의 혼란
집에 돌아와서 주사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뒤 거실 불을 꺼놓고 혼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번도 그렇게 무력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평생 이 주사를 맞으며 살아야 한다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낯선 시작, 인슐린과의 동행
첫 주사, 첫 공포
처음 인슐린을 손에 쥐었을 때, 바늘을 보는 순간 온몸이 긴장했습니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찌르지도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교육받은 대로 했는데도 막상 내 몸에 주사를 넣으려니 겁이 났습니다. ‘혹시 잘못 맞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주사를 놓고 나서도 몇 분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날은 저녁 내내 손끝이 차가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회사에서의 첫날
다음 날 출근했을 때는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혈당을 재야 했는데, 회사에서 바늘을 꺼내는 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동료들이 볼까 봐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때 느낀 수치심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당뇨면 단 거만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마음이 움츠러들었습니다. 1형 당뇨는 단순한 식단 문제가 아니라는 걸 설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1형 당뇨 관리 초기 기록표
| 구분 | 시기 | 혈당 수치 변화 | 주요 증상 및 상태 | 느낀 점과 변화 |
|---|---|---|---|---|
| 진단 전 | 회사 업무 과중기 | 공복 시 270mg/dL 이상 추정 | 극심한 갈증, 체중 급감, 피로 누적 | 단순한 피로로 오해함, 건강검진의 필요성 인식 |
| 진단 직후 | 병원 정밀검사 기간 | C-peptide 수치 0.2ng/mL 이하, 인슐린 분비 거의 없음 | 공복 시 어지럼, 손끝 저림 | 병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움 |
| 초기 관리기 | 인슐린 주사 시작 후 3개월 | 혈당 150~400mg/dL 오락가락 | 저혈당 시 식은땀, 떨림 | 인슐린 투여량 조절 실패, 불안감 증폭 |
| 적응기 | 6개월 이후 | 공복 혈당 100~130mg/dL 유지 | 체중 안정, 피로 개선 | 생활 습관 조절의 효과 체감 |
| 안정기 | 1년 이후 | 당화혈색소 6.0~6.5% 유지 | 몸의 피로 감소, 마음의 안정 | 병과 공존하는 법을 깨달음 |
반복되는 시행착오
혈당 조절의 혼란
처음 몇 달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식사량에 따라 인슐린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감이 없었습니다. 한 번은 점심 후에 혈당이 급격히 떨어져서 식은땀을 흘리며 사무실 책상 밑에서 초콜릿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진짜 무서웠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스스로 이겨내야 했습니다.
반대로, 회식에서 삼겹살을 조금 많이 먹었더니 다음 날 혈당이 400이 넘었습니다. 그 수치를 보고 며칠 동안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몸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며 깨달은 건 ‘혈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리듬’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족의 반응
처음엔 가족도 당황했습니다. 아내는 매번 식사 때마다 “이건 먹어도 되나?”를 물었고, 아들은 제가 주사 맞는 걸 볼 때마다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모두가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아내는 식단을 조절하기 위해 탄수화물 양을 꼼꼼히 재기 시작했고, 아들은 운동을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느새 가족이 제 치료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이 변하면 삶이 달라지다
‘왜 나에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로
1년쯤 지나자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잘 살아갈까”를 고민했습니다. 아침마다 혈당을 기록하고, 식단을 정리하고, 운동 일지를 썼습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제 기록을 보더니 “관리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한마디가 저를 살렸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마음의 안정이 혈당보다 중요하다
살다 보면 혈당이 오르는 날도 있고, 내려가는 날도 있습니다. 예전엔 그 숫자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느 날은 180이 나와도 “오늘은 조금 높구나” 하고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탓하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다. 예전엔 매번 죄책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 덕분에 혈당도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느낀 [1형 당뇨 진단 기준]의 진짜 의미
숫자보다 중요한 건 태도
‘1형 당뇨 진단 기준’은 결국 숫자로 정의되지만, 제가 살아보니 그건 출발선일 뿐이었습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 C-peptide 수치가 낮다, 이런 수치는 단지 의학적 분류일 뿐이죠. 진짜 기준은 ‘이 병을 받아들이는 태도’였습니다.
처음엔 그 기준이 저를 가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이 제 삶을 지탱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혈당 수치 하나에도 하루의 리듬을 맞추게 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당뇨와 싸우는 삶’에서 ‘함께 사는 삶’으로
처음에는 당뇨를 ‘이겨내야 하는 병’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슐린 주사도, 혈당 측정도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 일상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출근 전 커피를 마시기 전 혈당을 재는 게 습관이 되었고, 저녁엔 가볍게 산책을 합니다. 주말엔 채소를 미리 손질해 두고, 한 주 식단을 계획합니다. 이런 생활이 자연스러워지니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식단과 생활 변화에 따른 혈당 안정 과정 요약표
| 구분 | 식단 관리 내용 | 운동 및 생활 습관 | 혈당 변화 추이 | 느낀 점 |
|---|---|---|---|---|
| 진단 초반 | 탄수화물 섭취량 불규칙, 단 음식 제한 미숙 | 운동 거의 없음, 스트레스 과다 | 혈당이 하루에 200~400mg/dL 사이로 급변 | 식사와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함 |
| 식단 개선기 | 현미밥, 채소 중심 식단, 단백질 균형 유지 | 주 3회 걷기 30분, 규칙적인 수면 습관 | 평균 혈당 130~160mg/dL로 안정화 | 규칙적인 생활이 약보다 중요함을 깨달음 |
| 관리 숙련기 | 간식 제한, 식사 간격 일정 유지 | 스트레칭, 계단 이용, 저녁 산책 | 당화혈색소 6.3% 이하로 유지 | 식단과 운동이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음 |
| 현재 | 하루 3끼 일정한 시간 식사, 인슐린 정확히 투여 | 하루 1만 보 걷기, 충분한 수면 | 혈당 90~120mg/dL 유지 | 병과의 공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임 |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 삶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1형 당뇨 진단 기준]은 단순히 병의 기준이 아니라, 제 삶의 기준이 되었다는 걸요. 예전에는 건강을 잃는 게 두려웠지만, 지금은 하루를 관리하며 사는 삶이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당뇨를 알기 전보다 지금이 더 규칙적이고 건강합니다. 매일 저녁, 혈당 수치를 기록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제게는 명상이 되었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한 문장
이제는 누군가 저에게 “당뇨를 극복하셨네요”라고 말하면 웃으며 대답합니다.
“극복이 아니라,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어요.”
당뇨는 제 삶의 일부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두려움이 줄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완벽하진 않지만, 저는 제 리듬을 찾았습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올 때마다 오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1형 당뇨 진단 기준]이라는 단어가 처음엔 두려움이었지만, 지금은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병은 나를 바꾸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나를 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