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피곤한 줄만 알았는데…
제가 처음 ‘혈압 160’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어요.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걸 ‘고혈압’이랑 연결 지어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냥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잠을 좀 못 자서 그렇겠지… 그렇게 넘겼던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편의점에서 산 혈압 측정기로 우연히 재봤는데, 숫자가 160이 찍히더라고요. 순간 멍했어요. 그게 뭔 숫자인지도 잘 몰랐는데, 옆에 있던 간호사 친구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니까 한마디 하더라고요. “병원 가야 해. 그거 고혈압이야.”
사실 그 전까지는 혈압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어요. 나랑은 상관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치로 내 눈앞에 딱 보이니까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혈압이 160이라면, 내가 뭔가 잘못 살아온 거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처음 병원에서 들은 말이 충격이었어요
혈압이 160 나온 그날 바로 근처 내과를 갔어요. 평소라면 “시간 없어서 못 가요” 했을 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이거 진짜 큰일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병원에서 혈압 다시 재보니까 158/98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정도면 고혈압 2기라고. 그냥 생활습관 고치는 걸로는 안 되고 약을 생각해봐야 하는 단계라고요.
순간 머리가 띵했어요. “내가 고혈압이라고요? 진짜 약 먹어야 해요?” 자꾸 되묻게 되더라고요. 아직 40대인데, 평생 약 먹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너무 낯설고 겁도 났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생활 습관 대개조
약은 일단 보류했어요. 의사도 한 달 정도는 생활습관으로 조절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그 조건이 있었어요. 염분 줄이기, 운동하기, 체중 감량하기. 하나도 쉬운 게 없었어요.
첫 번째로 한 건 식단 바꾸기였어요. 기존엔 라면, 국물류,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을 너무 자주 먹었더라고요. 회사 근처 식당 가도 짜게 먹는 게 습관이 돼 있었고요. 일단 국물부터 끊고, 반찬도 간 안 한 쪽으로 선택했어요. 처음엔 진짜 먹을 게 없더라고요. 밍밍한 음식이 너무 낯설고 입맛도 안 맞았어요. 근데 일주일쯤 지나니까 오히려 그게 익숙해지더라고요. 혀가 적응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나트륨 줄인 대신 채소 위주로 바꿨어요. 오이, 토마토, 상추 같은 생야채를 매 끼니마다 챙겨 먹었고, 고기 먹을 때도 소금 대신 후추나 레몬즙으로 맛 내봤어요. 귀찮긴 했지만, 가족들이 도와줘서 가능했어요. 그게 없었으면 아마 포기했을 거예요.
운동,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혈압 160이라고 하면 운동은 기본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진짜,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회사 다니면서 운동 습관 들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처음엔 욕심 안 부리고, 저녁에 아파트 단지 한 바퀴 걷는 걸로 시작했어요. 딱 20분, 그것도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일주일쯤 되니까 약간 중독처럼 되더라고요. 오히려 걷지 않으면 몸이 더 찌뿌듯하고, 스트레스가 더 쌓이고. 걷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숨소리만 들리니까 그게 오히려 명상 같았어요.
그렇게 한 달쯤 꾸준히 걷고, 주말엔 좀 더 길게 걸으면서 생활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어요. 체중도 2kg 정도 빠졌고요. 예전 같으면 피곤해서 퇴근 후 바로 누웠을 텐데, 지금은 씻고 나서 잠깐 산책 나가는 게 루틴이 됐어요.
혈압 다시 재봤을 때의 감격
한 달 뒤, 다시 병원에 갔어요. 솔직히 많이 내려갔을 거라고는 기대 안 했어요. 근데 놀랍게도 혈압이 134/86이 찍혔어요. 의사 선생님도 “정말 노력 많이 하셨네요”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뭔가 뿌듯하고, 한편으론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혈압이라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생활 전반이 반영된 결과구나. 잠을 잘 자고, 잘 걷고, 덜 짜게 먹고, 몸을 관리하면 이렇게 숫자가 달라지는구나.
그 뒤로도 계속 관리하고 있어요. 지금은 125~135 사이로 유지되고 있고요. 한동안은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혈압계로 체크했어요.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재고 있어요.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게 된 이야기
혈압 160이라는 숫자를 접하고 나서, 저도 몰랐던 내 몸을 알아가게 됐어요. 평소에 그냥 넘겼던 피로감, 두통,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던 느낌… 다 혈압 때문이었더라고요. 친구한테 그 얘기 했더니 자기도 가끔 머리 띵하다는데 혈압 안 재봤대요. 그래서 혈압계 하나 선물해줬어요. 그런 걸로 누군가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더라고요.
가끔은 블로그에 내 혈압 변화 기록도 올리면서 자극도 받고,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들 댓글 보면 위안도 되고 그래요. 사람 사는 게 결국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누군가는 나처럼 그 숫자 하나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마무리하며 드리고 싶은 말
혈압 160이라는 숫자, 그냥 숫자가 아니더라고요. 그건 ‘이제는 좀 바꿔야 할 때’라는 신호였던 것 같아요.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무시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겠죠. 저처럼 생활부터 조금씩 바꿔보시면, 정말 숫자는 달라져요. 몸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요. 지금도 혈압 120대를 유지하면서, “그래도 내가 해냈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요.
한 줄 요약 팁
혈압 160, 무서운 숫자 같지만 내 몸의 목소리예요. 무시하지 말고 바로 들어보세요. 생활 하나만 바꿔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