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날이 늘었고, 이유는 몰랐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혈압이랑 별로 친하지 않았어요. ‘나는 건강한 편이다’라는 이상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평소에 피곤하면 그냥 나이 탓, 스트레스 탓으로 넘겨버렸고, 두통이 오거나 숨이 조금 찬 날도 “좀 쉬면 되겠지”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넘기곤 했어요. 그게 작년 여름까지의 제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당신 요즘 말할 때 숨차 보이는데 병원 한 번 가보는 게 어때?” 처음엔 귀찮아서 무시했어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고요. 그런데 며칠 지나서 계단 몇 층만 올라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뿌얘질 때가 생기니까 그제서야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내과에 정말 마지못해 갔어요.
병원에서 혈압 150이라는 숫자를 처음 들었을 때
진료실에서 혈압을 재보자는 말에 그냥 팔을 내밀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혈압계를 보면서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셨어요. “지금 혈압이 150이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좀 멍했어요. ‘150? 그게 높은 거야? 아닌가?’ 잘 몰랐으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겁도 나더라고요.
선생님이 설명해주시길, 보통 정상혈압은 120/80 전후라고 하시더라고요. 140을 넘기면 고혈압 전단계 내지는 고혈압 1기라고 하는데, 저는 이미 그 선을 넘은 상황이었죠. 그 순간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날 이후로 혈압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어요. 마치 알람처럼요.
내가 했던 생활 습관, 뭐가 문제였을까?
병원 다녀온 그날 저녁부터 머릿속으로 지난 몇 달을 되짚어봤어요. 일단 운동은 거의 안 하고, 블로그 작업한다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식습관도 엉망이었죠. 짜고 자극적인 걸 좋아해서 라면, 김치찌개, 간장게장 같은 음식들을 자주 먹었어요. 아침은 거르고 저녁에 폭식하고, 야식도 빼놓지 않았고요.
물도 하루에 2~3잔이면 많이 마시는 거였고, 커피는 두 잔씩 마시면서도 물은 안 챙겼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어요. 항상 뭔가에 쫓기듯 글을 쓰고, 잠은 자도 개운하지 않은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졌죠. 지금 돌아보면 당연히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어요.
시작은 혈압측정기 구매부터
의사 선생님이 권해주신 게 집에서도 혈압을 재보는 거였어요. 처음엔 병원에서만 재는 줄 알았는데,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바로 인터넷으로 혈압측정기를 검색했어요. 종류가 많았는데, 저는 손목형보다는 정확하다는 팔뚝형으로 샀어요.
도착하자마자 바로 측정해봤는데, 또 148이 나오더라고요. 이건 진짜였구나 싶었어요. 병원에서만 높은 게 아니고, 평소에도 높은 상태였다는 거죠. 그때부터 제 생활에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식습관부터 하나씩 바꿔봤어요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짠 음식 줄이기였어요. 진짜 어렵더라고요. 김치 먹는 걸 줄이는 것도 그렇고, 라면을 끊는 건 더 어려웠어요. 그래서 처음엔 국물만 안 먹는 걸로 시작했어요. 김치는 하루 한 번만, 그것도 물에 헹궈서 먹고요. 소금이 들어간 반찬보다 오히려 삶은 야채나 생야채 위주로 먹는 걸로 바꿨어요.
밥도 흰쌀밥 대신 현미나 잡곡밥으로 바꾸고, 국은 되도록 안 먹으려고 했어요. 특히 외식할 때는 국물 있는 음식을 피하고, 덜 짠 메뉴를 고르려고 했죠.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눈 떴을 때 머리가 덜 무겁고 숨도 훨씬 편해졌다는 걸 체감하니까 계속 이어가게 되더라고요.
운동은 정말 조금씩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헬스장을 등록하고 운동하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집 주변 산책부터 시작했어요. 저녁 먹고 30분만 걷자고 마음먹었죠. 걷는 게 뭐 얼마나 효과 있겠어 싶었는데, 그게 혈압에 꽤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걷기 시작한 지 3주쯤 지나서 혈압을 재봤는데, 150이었던 수치가 138로 떨어져 있었어요. 진짜 눈을 의심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1시간씩 걷기도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도 병행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유튜브에 따라 하기 쉬운 혈압 낮추는 운동 영상도 많아서, 그걸 따라 하면서 조금씩 근육을 쓰는 느낌을 익혀가고 있어요.
스트레스 관리도 빼놓을 수 없어요
예전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치킨에 맥주’였어요. 하루 고생했으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은 위안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일기를 쓰거나 음악을 듣는 걸로 바꿨어요. 블로그에 제 속 얘기를 풀듯이 쓰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가 됐고요. 가벼운 명상 앱도 설치해서 자기 전에 5분 정도 집중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또 하나는 ‘완벽주의’를 버리는 거였어요. 블로그 글 하나 올릴 때도 너무 시간을 들이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충이 아니라 적당히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글을 쓰려고 해요.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지금은 혈압이 130/85 전후로 유지되고 있어요. 물론 120대까진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고혈압 기준에서는 벗어났어요. 집에서 매일 같은 시간대에 혈압을 재고 기록하는 것도 습관이 됐고요. 요즘은 앱으로 자동 기록되니까 따로 쓰지 않아도 관리가 되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달라진 건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거예요. 전엔 오후만 되면 피곤하고 눕고 싶고 그랬는데, 요즘은 하루가 훨씬 가볍게 느껴져요. 과장이 아니라 체력이 돌아온 느낌이에요.
한 줄 요약
혈압 150, 무섭지만 바꾸면 바뀌더라고요. 숫자에 겁먹기보다 지금 당장 하나만 바꿔보세요. 그게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