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144일 때 해야 할 일, 제가 직접 해본 방법

혈압 144. 그날 그 숫자를 본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높게 나온 거겠지 싶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슴 속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그 숫자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나는 왜 그날 혈압계를 잡았을까

회사원으로서의 평범한 하루

저는 평범한 50대 중반 회사원입니다. 늘 그렇듯 회의와 보고로 하루를 보내고,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식탁 위에 혼자 남은 반찬들을 보며 밥 한 공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당뇨를 앓은 지도 벌써 몇 년째라 식단에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솔직히 말해 귀찮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날도 야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머리가 묘하게 무거웠습니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예전에 건강검진 때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혈압이 조금 높네요. 집에서도 가끔 재보세요.”
그 말을 듣고 사둔 혈압계가 서랍 속에 그대로 있었죠. 괜히 찜찜해서 꺼내 봤습니다. 팔에 커프를 감고 버튼을 누르니 띠— 하는 소리와 함께 숫자가 올라갔습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색창에 ‘혈압 144’라고 치니, 고혈압 전단계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순간 숨이 막히더군요.

그날 밤, 잠들지 못한 이유

불안한 마음과 수많은 생각들

침대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이 계속 복잡했습니다. “내가 이 정도로 건강을 놓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당뇨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는데, 이제는 혈압까지 문제라니.

하루 식단을 떠올려봤습니다. 아침엔 급하게 식빵 한 조각, 점심은 제육볶음에 밥 두 공기, 저녁은 라면과 김밥. 물은 거의 안 마시고 커피만 네 잔 넘게 마셨습니다. 이렇게 살았으니 혈압이 오를 만도 하죠.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이러다 정말 쓰러지는 거 아닐까’ 싶어 무섭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늘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저염식의 첫 시도

다음 날 아침부터 결심했습니다. 소금 줄이기, 가공식품 줄이기, 물 많이 마시기. 머릿속으로는 계획이 완벽했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짠 음식을 평생 좋아했는데, 갑자기 싱겁게 먹으려니 음식이 도무지 맛이 없었습니다. 회사 식당 반찬들이 입에 맞지 않아 밥맛이 사라졌고, 몰래 간장을 한 스푼 더 붓다가 동료에게 들켰습니다.
“형, 혈압 올라요.”
그 말에 괜히 민망해서 웃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도시락을 싸기로 했습니다. 닭가슴살, 현미밥, 삶은 달걀, 데친 브로콜리. 처음엔 억지로 삼키는 기분이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혀가 적응했습니다. 짜지 않아도 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지더군요. 입보다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혈압 144, 생활 습관이 만든 결과였구나

커피를 끊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저는 커피 없이는 하루를 못 버티던 사람이었습니다. 오전 회의 전 한 잔, 점심 후 한 잔, 오후 피곤할 때 한 잔, 야근할 때 또 한 잔. 하루 네 잔이 기본이었죠.

혈압에 카페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집중도 안 됐어요.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면 손이 절로 컵으로 향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억지로 물을 들이켰습니다. 물병을 책상 옆에 두고, 커피 대신 물 한 모금씩 마셨습니다.

이상하게도 2주쯤 지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두통이 줄고, 오후 피로감도 덜했어요. 커피를 줄였을 뿐인데 변화가 느껴지니 신기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다

첫 산책의 기억

병원에서 간호사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혈압은 운동이 정말 중요해요. 매일 30분만 걸어보세요.”

그 말을 들은 다음 날, 운동화를 꺼냈습니다. 저녁에 공원을 걸었습니다. 첫날은 15분도 못 갔습니다. 숨이 차고, 허리가 뻐근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5분씩 늘려갔습니다.

어느 날은 퇴근이 늦어 새벽 1시에 걸은 적도 있습니다. 조용한 도심 속 가로등 불빛 아래서 혼자 걷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땀이 나기 시작하자 머릿속 잡생각이 사라졌고, 그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3주쯤 지나자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출근길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덜 찼습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가 신기하게 기분을 끌어올렸습니다.

혈압 144 이후 일상 루틴의 변화 기록

시간대 이전 생활 패턴 변화 후 생활 패턴 느낀 점 및 개선 효과
아침 출근 준비하며 식빵 한 조각, 커피 두 잔 오트밀, 삶은 달걀, 미지근한 물 한 컵 포만감이 오래가며 오전 집중력 향상
점심 회사 식당 제육볶음, 짠 국, 밥 두 공기 닭가슴살, 채소 위주 도시락, 소금 최소화 식사 후 졸음 현상 감소, 혈압 안정 유지
오후 커피, 간식, 스트레스성 먹거리 섭취 물과 견과류로 대체, 잠깐 스트레칭 불필요한 카페인 섭취 줄고 기분 안정
저녁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늦은 식사 저염식 한 끼, 식사 후 30분 산책 체중 조절 효과, 숙면 도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늦은 취침 10분 스트레칭 후 규칙적 취침 수면의 질 개선, 다음날 피로감 완화

작은 변화가 쌓이니 몸이 반응했다

수치보다 소중한 건 마음의 안정

한 달쯤 지나 다시 혈압을 쟀습니다. 숫자가 132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이게 진짜 되는구나.’

그 후로 더 열심히 관리했습니다. 식단은 꾸준히 유지했고, 짜지 않은 음식에도 익숙해졌습니다. 물은 하루 2리터 이상 마시고, 퇴근 후엔 30분씩 걷기. 그렇게 두 달을 버티니 몸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자주 피곤하고 잠도 잘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숙면을 취합니다. 불안하던 마음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매일 숫자에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실수와 후회 속에서 배운 균형

치킨 한 조각의 유혹

모든 날이 완벽할 순 없었습니다.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참다못해 치킨을 먹었습니다. 한 조각만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세 조각을 먹었죠. 그날 밤 혈압을 재니 140이 넘었습니다. 그제야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되는데.’

그때 느꼈습니다. 너무 완벽하려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요. 중요한 건 균형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식단을 더 조심했고, 운동을 10분 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실패도 결국 과정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혈압 144, 내게 남긴 메시지

경고가 아니라 기회였던 숫자

지금 제 혈압은 대부분 125에서 130 사이입니다. 안정적인 수치라고 하네요. 당뇨도 조절이 잘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몸이 훨씬 가볍고, 얼굴빛이 환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혈압 144라는 숫자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꾼 계기였습니다. 그날의 당황스러움이 없었다면 여전히 라면과 커피로 버티는 생활을 하고 있었겠죠.

건강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매일의 작은 무심함이 쌓여서 무너진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리고 회복도 하루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것도요.

다시 혈압이 오른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초심으로 돌아가는 법

요즘은 가끔 혈압계를 팔에 감을 때마다 그 첫날이 생각납니다. 숫자를 보고 놀라서 잠을 못 이루던 그 밤. 그때의 두려움이 지금은 고마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만약 다시 140이 넘는 수치가 뜬다면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다시 돌아가자’는 신호일 테니까요. 몸은 늘 솔직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건강을 관리한다는 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과정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남은 한마디

오늘도 퇴근길에 공원을 걷습니다. 바람이 차가워도, 피곤한 날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혈압 144라는 숫자가 제게 남긴 건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감이었습니다.

이제 그 숫자는 경고가 아니라 감사의 시작입니다.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혈압 144, 너 덕분에 내가 다시 살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