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장에서 시작된 혈압 고민
작년 봄이었어요. 1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을 하러 간 날이었는데, 혈압 측정할 때 갑자기 수치가 높게 나온 거예요. 평소에 혈압 높다는 말 한 번도 못 들어봤고, 평소에도 두통이나 어지러움도 없던 터라 당황스럽더라고요.
간호사분이 “한 번 더 재보자”고 해서 다시 측정했는데도 여전히 140이 넘는 거예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라고요. 나도 이제 고혈압인가? 약 먹어야 하나? 뭐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었던 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근데 집에 돌아와서 편안히 누운 상태로 스마트워치로 재보면 120~125 정도로 정상범위였거든요. 그때부터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체 왜 병원에서는 높게 나오고 집에서는 괜찮은 걸까?
다시 재봤더니 자세에 따라 숫자가 다르더라
건강검진에서 높게 나온 그날 이후, 병원에서 한 번 더 혈압을 재야 할 일이 있었어요. 그때는 일부러 몸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보려고 의자에 등을 붙이고 팔을 높이 들지 않게 조심하면서 재봤죠.
그랬더니 이번엔 숫자가 130 이하로 떨어지는 거예요. 순간 느낌이 왔어요. ‘자세에 따라 혈압 수치가 꽤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그때부터 저만의 실험이 시작됐어요. 혈압계를 사서 집에서 시간대별, 자세별로 혈압을 재보기 시작했죠. 아침 공복에 누운 상태, 앉은 상태, 다리 꼬고 앉았을 때, 팔을 들고 있을 때, 등을 기대지 않고 재는 경우 등등… 여러 자세로 직접 테스트해봤어요.
혈압 낮게 나오는 자세들, 직접 해보니 이랬어요
제가 며칠 동안 해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 경우엔 거의 10~15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1. 등을 의자에 기대고 편하게 앉았을 때
이게 가장 기본이자 안정적인 자세였어요. 등받이에 어깨를 기대고 엉덩이는 너무 앞으로 나오지 않게 하고, 허리는 똑바로 펴되 무리 없이 편한 자세. 팔은 심장 높이에 맞춰 팔걸이나 책상 위에 올려놓고 힘을 빼야 해요.
이 자세에서 가장 혈압이 낮게 나왔고, 재현성도 가장 높았어요.
2. 다리를 꼬지 않고 바닥에 평평하게 두었을 때
다리 꼬고 앉았을 때는 이상하게 항상 수치가 높게 나왔어요. 어떤 날은 140까지도 나와서 놀랐죠. 다리를 풀고 발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면 10 이상은 줄더라고요. 생각해보면 혈액 순환에도 영향을 주는 거니까 당연한 거겠죠.
3. 팔을 심장 높이에 맞게 받쳐놓을 때
이것도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팔을 그냥 늘어뜨리면 수치가 확 올라가요. 처음엔 왜 그런가 했는데, 팔에 힘이 들어가고 혈액이 아래로 몰리면서 압력이 올라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집에서는 베개를 쌓거나 쿠션을 활용해서 심장 높이로 맞추니까 확실히 낮게 나오더라고요.
4. 말없이 조용히 있을 때
측정 중에 말하거나 생각이 복잡하면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조용한 방에서 숨을 고르고, 눈 감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측정했어요.
이렇게 하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확실히 더 안정된 수치가 나왔어요.
5. 아침보다는 저녁이 더 낮게 나왔어요
저는 유독 아침에 혈압이 높게 나왔어요. 공복이기도 하고, 자고 일어난 직후라서 그런지 항상 5~10 정도 높게 찍히더라고요.
그래서 측정할 땐 항상 같은 시간대, 같은 자세, 같은 조건에서 해야 비교가 가능하단 걸 알게 됐어요.
병원에서는 왜 항상 높게 나올까?
이걸 의사 선생님께 직접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백의 고혈압’이라고 하더라고요.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 흰 가운, 낯선 사람 앞에서의 약간의 긴장감이 혈압을 높인다는 거죠.
실제로 병원에서는 측정 전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 바로 측정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높게 나올 수밖에 없대요.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서도 혈압이 높게 나온 사람한테는 ‘가정 혈압 기록표’를 써오라고 하거나, 24시간 혈압 측정기를 착용하게 하기도 한대요.
생활습관도 함께 바꾸게 됐어요
이런 걸 계기로 제 생활습관도 많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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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 줄이기: 국물 줄이고, 김치 덜 먹고, 가공식품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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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늘리기: 걷기 운동을 매일 30분씩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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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줄이기: 명상 앱 깔아서 자기 전 5분씩 마음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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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챙기기: 잠 잘 자는 것도 혈압에 큰 영향을 주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매일 혈압을 아침, 저녁으로 재고 있는데, 평균 125/80 전후로 유지되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면서
혈압이라는 게 수시로 바뀌는 수치라 단 한 번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걱정할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일관성 있게 측정하고, 내 몸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수치에 너무 민감했는데, 지금은 ‘혈압 낮게 나오는 자세’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맙게 느끼고 있어요.
한 줄 요약: 혈압 낮게 나오게 하려면 등 기대고, 팔 받치고, 다리 꼬지 말고, 조용히 숨 고르며 재보세요. 실내 환경과 자세만 바꿔도 10은 줄어요.
혹시 병원에서 높게 나와서 걱정이 많으셨던 분들, 저처럼 직접 실험해보면 의외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요. 한번 꼭 시도해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