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단계 진단받고 나서, 간식이 무서워지더라
작년 건강검진 때였어요. 별생각 없이 검진을 받았는데, 결과를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공복혈당 수치가 115로 당뇨 전단계에 들어섰다는 거예요. 제가 나름 식단도 조절한다고 생각했고 운동도 일주일에 3번씩은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표 앞에서는 그런 자부심도 한순간에 무너지더라고요.
그 이후로 가장 먼저 바뀐 게 ‘간식에 대한 공포감’이었어요. 이전에는 배고프면 과자 하나, 커피랑 초콜릿, 떡이든 빵이든 당기는 대로 먹었는데, 그 모든 게 “혈당 올라가면 안 돼”라는 말에 다 금지된 느낌이었어요. 당장 단 걸 끊으려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혈당 안 오르는 간식’이 뭘까, 진짜 그런 게 있긴 한 걸까였어요.
하루 세 끼는 조절해도 간식 참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식사는 진짜 열심히 조절했어요. 현미밥, 채소 위주 반찬,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은 거의 안 먹고요. 그런데도 오후 3~4시쯤만 되면 배는 고프지 않은데 입이 심심하고, 손은 자꾸 무언가를 찾게 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바나나 하나, 초콜릿 몇 개 먹고 넘겼을 텐데 이제는 그게 무섭더라고요.
어떤 날은 참고 넘기는데 성공하고, 어떤 날은 결국 야금야금 집어먹고 후회하고, 그러다 저녁 혈당이 오르고… 진짜 반복이었어요. 그때부터 아예 제 스타일에 맞는 간식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먹어도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입은 만족시켜주는 그런 거요.
처음엔 혈당표를 뒤지며 공부부터 했어요
정확히 어떤 간식이 혈당을 올리고, 어떤 건 괜찮은 건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들 위주로 하나하나 찾아봤어요. GI가 낮다는 건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뜻이라길래, 그걸 기준으로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 삶은 달걀, 요거트(무가당), 치즈, 샐러리, 오이, 당근 이런 식으로요. 문제는 아무리 혈당이 안 오른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계속 못 먹겠더라고요. 특히 오이, 당근은 며칠 먹다 보면 입 안에서 거부 반응이 오더라고요. ‘난 토끼가 아닌데…’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직접 먹어보고 골라낸 간식들
한 달 넘게 이런저런 간식을 테스트해보면서 그나마 ‘이건 진짜 괜찮다’ 싶은 간식들을 정리해보면 이래요.
1. 무염 아몬드 10~15알
진짜 이건 기본템이에요. GI도 낮고, 포만감도 꽤 있어요. 하루에 10알 정도만 먹어도 허기 달래는 데 충분했어요. 단, 꼭 무염이어야 해요. 소금 들어간 건 오히려 혈압에도 안 좋고, 자꾸 당기는 느낌이 있어요. 식사 사이에 한 움큼 챙겨 먹으니까 마음도 안정되더라고요.
2. 반숙 삶은 달걀
삶은 달걀도 정말 괜찮아요. 단백질 덩어리라서 혈당엔 거의 영향을 안 주고, 한 개만 먹어도 든든했어요. 완숙보다 반숙이 더 먹기 좋았고, 소금은 안 뿌리고 먹었어요. 가끔 귀찮을 땐 편의점에서 낱개 포장된 반숙란 사서 먹었는데, 이게 은근히 편했어요.
3. 무가당 그릭요거트
요거트도 GI가 낮은 편이지만, 시중에 파는 건 대부분 설탕 덩어리예요. 무가당 그릭요거트만 먹었는데 처음엔 너무 시고 밍밍해서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위에 견과류 조금이나 아몬드 슬라이스 뿌려서 먹으니까 훨씬 낫더라고요. 포만감도 오래가고요.
4. 단호박 찐 거
생각보다 단호박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더라고요. GI는 중간 정도지만, 섬유질이 많아서 그런지 천천히 올라요. 저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따뜻하게 먹었어요. 달콤한 느낌도 있어서 간식으로 제법 만족스러웠어요.
5. 고구마도 ‘작은 거 반 개’ 정도는 괜찮더라고요
고구마는 GI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적당량이면 괜찮았어요. 특히 찐 고구마보다 구운 고구마가 더 혈당지수가 낮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에 많이 먹는 건 아니고, 작은 거 반 개나 한 조각 정도만 먹었어요. 진짜 입이 너무 심심할 때 간식처럼 먹으면 괜찮았어요.
6. 저탄수 단백질 바
시중에 보면 단백질 바라고 나와 있는 간식들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당류가 적은 제품들만 골라서 먹었어요. 한 개에 150kcal 정도 되는 제품이었는데, 단백질 함량이 15g 이상이라 꽤 든든했어요. 단, 일부 제품은 맛이 너무 없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나한테 맞는 거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결국엔 내가 가장 잘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처음엔 무작정 ‘혈당 안 오르는 간식’을 찾는 데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몸에 어떤 음식이 맞고, 어떤 건 조금만 먹어도 혈당이 확 오르는지 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동안 먹은 간식 종류와 먹은 시간, 혈당 반응을 간단히 기록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진짜 내 몸에 맞는 간식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똑같이 요거트를 먹어도 아침에 먹을 땐 괜찮은데, 저녁 늦게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든가, 견과류는 항상 괜찮았고, 고구마는 조금만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요. 그게 쌓이다 보니 이제는 굳이 혈당 걱정 안 하고도 간식 고를 수 있게 됐어요.
마무리하며
혈당 조절하면서 간식 고르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나만 참으면 되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먹는 걸 보면서도 유혹을 이겨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끊는 것보단, 나한테 맞는 간식을 찾아서 건강하게 즐기는 게 훨씬 현실적이더라고요. 정답은 없고, 결국 내 몸이 기준이에요.
한 줄 요약: 혈당 걱정된다고 무조건 참지 말고, 나한테 맞는 건강한 간식을 직접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