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밥 혈당 올릴까? 먹고 나서야 알게 된 진실

밥만 줄이면 되는 줄 알았던 그 시절 이야기

직장생활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건강검진 결과에 눈이 가요. 예전엔 그냥 건성으로 넘겼는데, 서른 아홉 딱 되던 해부터는 숫자 하나하나가 무섭더라고요. ‘이제는 진짜 신경 써야겠다’는 말이 자꾸 입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정말 예상 밖의 결과가 한 방에 터졌죠. 혈당 수치. 처음엔 그냥 좀 높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경계 단계’라고 하시더라고요. 딱 잘라 말하진 않으셨지만, 거의 당뇨 초기였던 거죠.

그때부터였어요. 먹는 걸 하나하나 다시 보기 시작한 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당뇨 식단… 진짜 막막했어요. 인터넷을 뒤지면 뭐가 좋다, 뭐가 나쁘다 말이 많은데, 다 말이 달라요.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마침 회사 구내식당 밥 메뉴에 ‘현미밥’이 들어왔어요. 접시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건강식’처럼 보이니까, 그냥 그게 정답인 줄 알고 현미밥을 고른 거예요.

처음엔 몰랐던 식사 조합별 혈당 반응 정리해본 날들

식사 내용 조합 식사 시간 혈당 수치 (1시간 후) 혈당 수치 (2시간 후) 그날 느낌 혹은 메모
백미밥 한 공기 + 제육볶음 + 단무지 점심 182mg/dL 170mg/dL 맛은 있었는데 혈당 확 치솟음. 단무지 설탕 때문일까?
현미밥 한 공기 + 나물반찬 + 두부조림 저녁 160mg/dL 145mg/dL 괜찮을 줄 알았는데 공복혈당까지 영향을 줌
현미밥 반 공기 + 계란찜 + 데친 브로콜리 아침 124mg/dL 112mg/dL 꽤 안정적이었음. 양도 중요하다는 걸 실감
오트밀 + 플레인 요거트 + 견과류 아침 110mg/dL 102mg/dL 가볍게 먹은 날. 컨디션도 괜찮고 혈당도 안정
샐러드 + 닭가슴살 + 삶은 달걀 2개 점심 105mg/dL 100mg/dL 탄수화물 거의 없는 식사. 혈당 거의 변화 없음
현미밥 반 공기 + 김 + 참치캔 + 나물 무침 저녁 130mg/dL 118mg/dL 단백질이랑 같이 먹으니 그래도 괜찮은 편

현미밥은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땐 정말 몰랐죠

처음 현미밥 먹기 시작했을 땐 왠지 모르게 뿌듯했어요. ‘그래, 나도 이제 관리하는 사람이야.’ 그 기분에 푹 빠져서, 점심도 현미밥, 저녁도 현미밥. 일주일 넘게 꾸준히 먹었어요. 양도 대충 한 공기 꽉 차게 먹고 있었죠. 그렇게 며칠 지났을 때였어요. 아침에 공복 혈당을 쟀는데, 수치가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있는 거예요. 처음엔 기계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다시 재봤죠. 그래도 숫자는 132. 어라?

순간 멍해졌어요. 내가 뭐 잘못 먹었나? 간식? 아니야, 안 먹었어. 야식? 그것도 아니고. 운동도 나름 했고… 결국 밥밖에 안 남더라고요. ‘설마 현미밥이 문제야?’ 싶은데, 다들 현미밥은 혈당에 좋은 거라고 하지 않나요? 그때까지는 저도 그렇게 믿었어요. 근데 몸이 다르게 말하는데 어떡해요. 진짜 당황스럽더라고요.

나름 철저히 한 식단인데도… 이상한 흐름

그날 이후로는 정말 매 끼니 사진 찍고, 재료 다 기록하고, 혈당 수치랑 비교도 해봤어요. 그런데 너무 이상하게도 현미밥 먹은 날만 공복 혈당이 높게 나오는 거예요. 그런 날은 괜히 하루 종일 기분도 안 좋고, 일도 안 잡히고. 이러다가 병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자꾸 커졌어요.

심지어 주말에 더 열심히 해보려고 아내가 집에서 현미밥을 따로 지어줬는데, 그 다음 날 아침 혈당이 138을 찍었을 땐 멘탈이 살짝 나갔습니다. 운동도 했고, 간식도 일절 안 먹고, 저녁도 채소 위주로 먹었는데도 그 수치라니… 그날은 진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혈당표만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결정적인 힌트는 아주 사소한 데 있었어요

이걸 도대체 왜 이럴까 하면서 다시 식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게 있었어요. 제가 먹던 그 현미밥… 알고 보니 완전 현미가 아니었던 거죠. 포장지 보니까 백미 70%, 현미 30%였어요. 이건 뭐 그냥 백미밥에 가까운 거였던 거죠. 충격이었어요. ‘현미’라는 말만 믿고 덜컥 사서 먹고 있었던 거예요.

게다가 밥 양도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냥 ‘현미니까 많이 먹어도 괜찮겠지’ 하는 착각이 있었어요. 예전 백미밥 먹던 습관대로 한 공기 꽉 차게 먹었던 거죠. 탄수화물은 결국 탄수화물인데 말이에요. 이건 진짜 몰랐어요. 그때 처음으로 ‘좋다는 것도 무턱대고 먹으면 안 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나중에 알게 된 ‘현미밥 먹을 때’ 주의할 점, 나만의 체크리스트

체크 포인트 예전 내 모습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어요
현미밥 종류 확인했는지? ‘현미’만 보고 백미 섞인 것도 먹었음 100% 현미인지 꼭 포장지 확인
밥 양 조절했는지? 백미밥 먹을 때처럼 한 공기 꽉 채워 먹음 반 공기 이하로 조절, 천천히 먹기
식사 순서 고려했는지? 밥부터 퍼먹는 습관 그대로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 지키기
반찬 구성 생각했는지? 단무지, 튀김, 젓갈 등 당·염분 많은 반찬 함께 나물, 달걀, 삶은 고기 위주로 구성
식후 혈당 확인했는지? 공복혈당만 체크함 식후 1시간, 2시간 수치까지 꾸준히 기록
외식할 땐 어떻게 먹었는지? 백미밥 + 국물류 + 자극적 반찬 먹음 밥 양 줄이고 국물은 안 마시거나 반만 먹기
혈당 오르면 어땠는지? 이유 몰라서 스트레스만 쌓였음 기록 통해 원인 찾고, 다음 식사에 반영하기

측정 없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방식을 바꿨어요. 공복혈당만 재던 습관에서 벗어나서, 식전, 식후 1시간, 2시간까지 다 체크했어요. 처음엔 귀찮고 손가락 아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내 몸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더라고요.

재밌는 건, 현미밥 자체가 완전 나쁜 게 아니었어요. 반 공기만 먹고 단백질 반찬을 같이 먹으면 혈당이 그리 안 오르더라고요. 특히 채소 먼저 먹고, 단백질 먹고, 마지막에 탄수화물로 밥을 먹으면 확실히 반응이 달랐어요. 반대로 아무리 현미밥이어도 단무지 같은 탄수화물+당류 조합 반찬이 같이 들어가면 식후 혈당이 190까지 치솟았던 날도 있었어요. 그 수치를 보고는 ‘밥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지금은 현미밥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지금도 현미밥 먹어요. 다만 완전 현미 100%로 먹고, 양은 반 공기 이하. 시간대도 조절해요. 저녁엔 잘 안 먹고, 아침이나 운동 전후에만 소량 먹는 정도예요. 혈당기랑 꼭 함께 다녀요. 가끔 가족 외식할 때 백미밥이 나와도, 무조건 현미 아니면 안 돼! 이런 생각은 이제 버렸어요. 그냥 양을 줄이고, 순서만 잘 지켜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사실 예전엔 현미밥이 ‘답’인 줄 알았어요. 모든 걸 해결해줄 열쇠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내 몸이 뭐에 반응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똑같은 현미밥이어도, 어떤 날은 혈당이 괜찮고 어떤 날은 높고… 하루 컨디션, 스트레스, 수면, 그날의 활동량까지 다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깊게 남은 말 한 줄

당뇨라는 건 단순히 식단만 바꾸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느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식단도 바꾸되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바꿔야 해요. 남들 말만 듣고 맹신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걸, 현미밥을 통해서 배웠어요.

지금 돌아보면, 실수도 많았고, 헛수고한 것도 많았지만… 다 경험이 되더라고요. 그중 가장 확실했던 건 “건강식도 내 몸엔 아닐 수 있다”는 거였어요. 누가 뭐라 해도, 내 몸이 대답하는 걸 믿는 게 제일이었어요.

당뇨 진단받고 처음으로 밥 앞에서 눈치 보며 울컥했던 그날, 그리고 현미밥을 한 입 먹으며 다시 시작해보자 다짐했던 그날이 겹쳐서 지금도 가끔 마음이 이상해져요. 그 모든 날들을 지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당뇨는 참 묘해요. 막상 진단 받으면 너무 당황스럽고 막막하지만, 하나하나 조심히 알아가다 보면… 생각보다 길이 보여요. 저도 아직 가는 중이에요. 누군가에겐 아직 먼 길이겠지만, 오늘도 그렇게 한 끼를 고민하고, 한 숫자를 기록하면서 하루를 살아냅니다. 당신도 그러고 계시다면, 같은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우리 천천히,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