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혈당 올리나요? 직접 먹고 수치 기록한 후기

사무실 복사기 옆에서 받았던 경고장 한 장

그날도 회사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어요. 커피 한 잔 들고 복사기 앞에서 서류 기다리던 중에 핸드폰이 울렸죠. 건강검진 결과였어요. 평소 같았으면 대충 ‘정상입니다’ 문구만 확인하고 넘겼을 텐데, 이번에는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공복혈당 126. 이 수치 하나가 제 일상 전체를 흔들 줄은 그때는 몰랐죠.

잠깐 멍해지더니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마치 누군가 내 인생에 경고장을 내민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이제 나는 당뇨 환자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날 퇴근길에 헬스케어 앱을 세 개나 깔았어요. 그중 하나가 음식 당 지수 검색 앱이었는데, 그게 제 생활의 기준이 되어버렸죠.

토마토를 검색하기 시작한 건, 그날 점심 때문이었어요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물 비빔밥이 나왔는데, 샐러드 코너에 방울토마토가 한 접시 가득 있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집어오지도 않았을 그 빨간 것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먹음직스러워 보였죠. 그냥 ‘딱 세 알만’ 하고 접시에 올렸는데, 그날 오후에 혈당을 재보니 살짝 평소보다 높더라고요. 158이 나왔어요.

식후 혈당 160 이하가 목표라고 들었는데, 그 수치를 코앞에 두니까 슬그머니 불안해졌어요. 방울토마토 때문일까? 아니면 밥 양이 많았나? 급하게 검색했죠. ‘토마토 혈당’, ‘당뇨 토마토 먹어도 되나요’ 같은 키워드를 연속으로 치면서 인터넷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혼란이 시작된 건 그때였어요. 어떤 사람은 “당 지수 낮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하고, 어떤 블로거는 “당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 진짜… 뭐가 맞는 거야?

토마토 먹고 직접 기록해봤던 혈당 변화 정리해둔 메모

날짜 먹은 양 먹은 방식 식후 2시간 혈당 (mg/dL) 느낌·코멘트
3월 12일 방울토마토 3알 단독 간식처럼 158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높았음
3월 15일 방울토마토 4알 점심 반찬과 함께 136 부담 없음. 배도 덜 불러서 괜찮았음
3월 19일 방울토마토 2알 + 삶은 계란 1개 아침 식사 대용 129 포만감도 있고 수치도 안정적이었음
3월 25일 토마토즙 1병 (당류 13g) 단독 섭취 176 큰 실수. 제품 성분표 꼭 봐야겠다고 느낌
4월 2일 방울토마토 5알 저녁 샐러드 위에 올림 134 기분 좋게 식사 마무리한 날

방울토마토 하나 때문에 눈치 보게 될 줄이야

토요일 아침, 집 근처 마트에 갔을 때였어요. 아내랑 장 보러 나섰다가 토마토 진열대를 지나가는데, 아내가 “이거 방울토마토 괜찮겠지? 샐러드에 넣자”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머뭇했어요. 아내는 눈치 못 챘겠지만, 제 속은 갑자기 복잡해졌습니다. 이걸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도 되는 건지, 집에 가서 내가 안 먹겠다고 빼면 이상할 텐데…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결국 아무 말 없이 담았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샐러드 먹을 때, 제 손이 안 가더라고요. 아내가 “토마토 안 먹어?”라고 묻는 순간 얼버무렸어요. “나중에 먹으려고…”

나중에, 나중에… 결국 그날 토마토는 제 입에 들어오지 않았고, 마음속에 이상한 찝찝함만 남았죠. 이건 도대체 내가 음식을 피하는 건지, 공포를 피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날 찾아온 터닝포인트

다음 주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어요. 도시락이 나왔는데, 반찬 중 하나가 방울토마토였어요. 안 먹으면 눈치 보일까 싶기도 하고, 그냥… 뭐랄까,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하나 집어 먹었어요. 상큼한 산미에 약간의 단맛, 어쩌면 너무 오랜만이라 더 강하게 느껴졌는지도 몰라요.

식사 후 1시간 반쯤 지나서 화장실 가는 길에 회사에 놓인 혈당계로 수치를 쟀어요. 결과는 136. 예상보다 안정적이었어요. ‘어? 나한테 토마토는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처음 생긴 순간이었죠.

그날 퇴근하면서 일부러 근처 마트에 들러서 방울토마토 한 팩 사 왔어요. 약간 실험하는 기분으로, 저녁에 단백질 반찬이랑 같이 두세 알 먹고, 식후 2시간 뒤 혈당 체크했죠. 129. 나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실험도 통과.

그 후로 천천히 토마토를 식단에 다시 들이기 시작했어요. 무작정 피하기보단, 적절히 조절하면서 내 몸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요.

지금은 오히려 토마토가 식단의 균형을 잡아줘요

지금은 하루에 방울토마토 4~5알 정도는 꾸준히 먹어요. 가끔은 아침 식사 때, 가끔은 저녁 반찬 위에 올려서. 혈당 변동은 거의 없고, 오히려 식사 전후 혈당 차이가 줄어드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단독으로 먹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토스트나 밥 없이 방울토마토만 먹으면, 당이 빨리 흡수될 수 있으니 단백질이나 식이섬유랑 같이 먹으려 노력합니다. 삶은 계란과 함께 먹는다든지, 치커리나 루꼴라 샐러드랑 같이 묶어주는 식이죠.

확실한 건, 예전처럼 겁내면서 멀리할 음식은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나에게 잘 맞는 조합을 찾아가야 했던 거죠.

그런데 가공된 건 지금도 경계합니다

예전에 한번 실수했던 기억이 있어요. 친구가 “토마토즙 좋다”면서 사무실에 한 병 놔두고 갔거든요. 무심코 마셨는데, 그날 저녁 혈당이 176까지 올랐어요. 한참 원인을 못 찾다가 라벨을 봤죠. 당류 13g… ‘아 이걸 왜 안 봤지’ 싶더라고요.

그 이후로 토마토즙, 케첩, 토마토소스는 멀리하게 되었어요. 생으로 먹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당 첨가된 제품은 정말 조심해야겠더라고요. 지금도 마트 갈 땐 영양성분표부터 먼저 봐요. 습관이 되어버렸죠.

당뇨 초기 때 헷갈렸던 토마토 제품들, 나중에 알게 된 차이점들

제품 종류 먹었던 시기 혈당 반응 지금의 생각
생 토마토 당뇨 판정 후 초반 큰 변화 없음 지금도 부담 없이 먹고 있음
방울토마토 직장 도시락에 포함 약간 상승 식사랑 같이 먹으면 괜찮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됨
토마토즙 친구 추천으로 급격히 상승 당류 함량이 높은 경우 많아 조심하게 됨
토마토 케첩 외식 중 접함 체크 못 했음 설탕 들어간 경우가 많아 일부러 피함
구운 토마토 집에서 조리함 안정적이었음 기름 없이 구우면 식사대용으로도 좋더라

마음에 오래 남은 한 문장

“몸이 겁을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을 겁줬던 거다.”

요즘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당뇨는 나를 갑자기 바꿔놓진 않았는데, 내가 스스로를 너무 조이면서 작게 만든 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조심은 필요하지만, 그게 공포로 이어지면 삶 자체가 무거워지더라고요.

토마토 앞에서 멈칫했던 그 시절의 저를 떠올리면, 괜히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요. 지금은 그런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한 알은 괜찮아. 해보면 알아.”

진짜 그랬어요. 직접 해보니까 알게 되더라고요. 당뇨 식단이라고 무조건 제한할 필요는 없었어요. 균형을 찾아가면 됩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이 가르쳐주는 거니까요.

혹시 지금, 토마토를 두고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한 알부터 드셔보세요. 혈당 수치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대한 신뢰예요. 그건 혈당계 숫자로는 측정되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