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당뇨 걱정됐던 나의 이야기

당뇨 진단 이후 바뀐 식습관, 그 중심에 있었던 카레

살다 보면 병원 한 번 갔다가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저는 2년 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126mg/dL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당뇨 전단계라는 판정을 받았고, 그날 이후로 식단부터 생활습관까지 다시 돌아보게 됐죠.

그중에서 제일 고민됐던 게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하나’였어요. 저는 원래 매운 음식보단 향신료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카레를 참 자주 먹었거든요.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해먹을 정도였죠.

근데 당뇨 얘기 듣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이 ‘카레도 탄수화물 아닌가?’ ‘밥이랑 먹는 음식이라면 혈당에 안 좋지 않을까?’였어요.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완전히 끊긴 싫어서, 카레가 당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경험하면서 알아보기로 했어요.

당뇨 진단 후에도 카레를 먹어보기로 결심한 이유

좋아하는 걸 무조건 끊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의사 선생님도 당장 약 먹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어요. 식이조절과 운동만 잘해도 조절 가능한 수치라고 했죠. 그래서 전 카레를 완전히 끊는 대신, 먹는 방법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무조건 현미밥이랑 먹고, 당근 같은 고당지수 채소는 아예 빼고, 기름 양도 줄이고 그렇게 조절해봤어요. 솔직히 처음엔 맛이 심심하더라고요. 원래는 감자 듬뿍, 당근 큼직하게, 버터 듬뿍 넣고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다 빼니까 뭔가 카레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먹어봤어요. 먹기 전에 혈당 재고, 식사 후 2시간 뒤에도 혈당 체크하고요. 그렇게 카레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혈당 차이를 기록해보는 방식으로 실험을 해봤죠.

혈당기까지 사서 체크했어요

집에 혈당기가 없었는데, 이참에 하나 샀어요. 지인 중에 당뇨 있으신 분이 미리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셔서요. 측정도 어렵지 않았고, 핑거 프릭 테스트 방식이라 간단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먹기 전, 식사 후 1시간, 2시간 이렇게 체크하면서 카레 먹은 날 혈당 반응을 비교해봤어요. 재미있는 건, 그냥 평소 먹던 백미밥+카레 조합보다는, 현미밥+채소 많은 카레가 확실히 혈당 상승이 적었어요. 1시간 뒤 수치가 150대였고, 2시간 뒤에는 125 정도로 떨어지더라고요.

카레가 당뇨에 꼭 나쁘진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강황, 커큐민 이야기 많이 들으셨죠?

카레의 핵심 성분인 강황, 특히 그 안에 들어있는 커큐민이라는 성분은 염증 완화에도 좋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를 여러 논문에서 봤어요. 유튜브나 책에서도 종종 나오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내가 좋아했던 음식이 꼭 나쁘지만은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커큐민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더라고요. 물론 카레를 먹는다고 당뇨가 좋아진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엄청 해롭지는 않다는 걸 몸으로 확인한 셈이었죠.

다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었어요

카레 자체보다는, ‘어떻게 먹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처음에 하던 대로 감자, 당근, 소고기 기름 넉넉하게 넣고 먹으면 그건 진짜 혈당 폭탄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한 번 먹고 재봤는데, 1시간 후 혈당이 180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단호박이나 감자 같은 고탄수화물 채소는 좀 줄이고, 브로콜리나 버섯, 애호박 같은 채소 위주로 바꿨어요. 육류도 기름 많은 부위 말고 닭가슴살이나 돼지 안심 위주로 넣고요. 카레루도 일반 시판용 대신 저염, 무설탕 제품을 골라서 쓰고 있어요.

제가 만든 당뇨식 카레 레시피, 나름 괜찮았어요

재료 간단하게 줄이고, 양념은 조절했어요

제가 요즘 고정으로 만드는 카레 재료는 이렇습니다.

  • 현미밥 100g

  • 양파 1/2개

  • 브로콜리 조금

  • 느타리버섯 한 줌

  • 닭가슴살 100g

  • 카레가루 1큰술 (무가당, 저염 제품)

  • 올리브유 아주 소량

이렇게 만들면 1인분 기준 혈당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 식후 1시간 뒤 혈당도 140 넘지 않았고, 속도 더부룩하지도 않더라고요. 요즘은 거기에 들기름 한 방울 정도 넣어서 향만 더하고 있어요.

사실 가족들이랑 같이 먹을 땐 맛이 조금 약하다는 얘길 듣긴 해요. 대신 전 양배추 샐러드나 삶은 달걀을 곁들이면서 볼륨을 키우고 있어요. 식사량을 늘리는 대신 혈당은 조절하는 방식이죠.

카레는 끊을 게 아니라 조절해서 먹는 음식이라는 걸 배웠어요

무조건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뇨 진단받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이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다 못 먹는 거 아닐까’였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방법을 조금 바꾸면, 조절하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카레처럼 평소 자주 먹던 음식도,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떤 밥과 같이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직접 몸으로 확인하면서 나름의 레시피도 생기고, 음식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었어요.

마무리하며 드리고 싶은 한 마디

당뇨가 있다고 해서 다이어트 식단처럼 무조건 맛없는 걸 먹어야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좋아했던 음식 중에서도 조절 가능한 것들은 소소한 행복이 되더라고요.

혹시 카레 좋아하시면서 당뇨 걱정되시는 분들 있다면, 끊기보다는 ‘어떻게 먹을지’에 집중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한 줄 요약: 당뇨가 있어도 카레는 먹을 수 있어요, 방법만 조금 바꾸면 혈당도 지키고 입맛도 지킬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