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가 제 삶을 바꿨습니다. 염소고기와 당뇨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고기’ 하면 혈당이 올라간다고만 생각했지, 단백질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고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만 믿고 살았던 시절이었어요.
요즘은 가끔 그때의 저를 돌아보며 웃습니다. 지금의 저는 혈당을 꽤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날도 많았죠.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제 몸이 조용히 대답을 해주더군요. “이 방향이 맞다”고요.
처음 염소고기를 알게 된 날
회식 자리에서의 낯선 메뉴
그날은 평범한 금요일이었습니다. 퇴근 무렵 팀장이 회식하자며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원래라면 당뇨를 이유로 거절했을 텐데, 그날따라 “괜찮아요, 같이 가죠”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가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메뉴판에 ‘염소불고기’가 적혀 있더군요.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염소라니… 생전 먹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냄새가 강하다고 해서 손도 안 대던 음식이었죠. 그런데 동료가 한 점 집어 먹으며 “이거 진짜 부드럽다”라고 말하길래 저도 조심스럽게 한 점 먹어봤습니다.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맛, 생각보다 잡내도 없고, 씹을수록 단맛이 났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이게 혈당에 영향을 줄까?’ ‘이 정도면 단백질 식단으로 괜찮지 않을까?’ 그날은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찼습니다.
그날 밤, 스마트폰 검색창에 쓴 단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휴대폰을 켰습니다. 검색창에 ‘염소고기와 당뇨’라고 입력했죠. 수많은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어떤 글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또 어떤 글은 지방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가 너무 엇갈려 혼란스러웠어요.
결국 저는 제 몸으로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 염소고기를 먹고 혈당을 재보자.” 작은 실험이었죠. 그때부터 식단 기록장을 만들었습니다. 언제,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꼼꼼히 적었습니다.
처음 이틀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셋째 주쯤부터 수치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저녁 식사 후 혈당이 10~15 정도 낮게 유지됐어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그 수치가 반복되자 점점 확신이 생겼습니다.
시행착오의 시작
욕심이 문제였다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이 정도면 자주 먹어도 되겠네?’ 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결국 일주일에 한 번이던 걸 세 번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몸이 이상했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다음 날이면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말해줬어요. “여보, 고기는 괜찮은데 양념이 문제 아니에요?” 하고요. 알고 보니 고기를 재울 때 넣는 들기름, 참기름, 설탕이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조리법이 잘못되면 독이 된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습니다.
그래서 조리법을 바꿨습니다. 기름은 최소로, 양념은 소금 간만 살짝. 대신 찜처럼 쪄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맛은 조금 심심했지만, 그게 제 몸엔 더 잘 맞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정해가면서 제 나름의 방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염소고기와 당뇨, 내 몸이 알려준 균형의 법칙
피곤함이 줄어든 변화
당뇨를 앓은 후 가장 힘들었던 건 ‘늘 피곤하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오후만 되면 머리가 멍해지고, 퇴근길엔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런데 염소고기를 꾸준히 섭취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첫째, 밤에 덜 배고팠습니다.
둘째, 아침에 일어날 때 손끝이 덜 저렸습니다.
셋째, 운동할 때 숨이 덜 찼습니다.
이건 진짜 몰랐는데요, 체력이 조금씩 돌아오니까 마음도 달라지더군요. 회사 일도 예전보다 여유 있게 처리하고,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요즘 컨디션 좋아 보이시네요”라고 말하셨을 때, 괜히 울컥했습니다.
염소고기를 식단에 넣기 전후, 내 혈당 변화 일지
| 날짜 | 식사 구성 | 섭취 후 2시간 혈당 (mg/dL) | 컨디션 및 느낌 | 메모 |
|---|---|---|---|---|
| 1주차 월요일 | 현미밥 + 두부 + 시금치나물 + 닭가슴살 | 182 | 오후에 피로감이 강했고, 손끝이 저림 | 단백질 위주로 먹었지만 포만감이 부족함 |
| 2주차 수요일 | 현미밥 반 공기 + 염소고기 수육 100g + 데친 채소 | 161 | 포만감이 유지되고 속이 편함 | 향이 조금 강했지만 몸이 가벼움 |
| 3주차 금요일 | 잡곡밥 + 염소고기 찜 + 김치 약간 | 152 | 퇴근길에도 피로감이 덜함 | 염소고기 섭취 후 혈당 변동이 적음 |
| 4주차 월요일 | 염소고기 미역국 + 현미밥 반 공기 | 148 | 아침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됨 | 지방 섭취량을 줄이니 속 더 편안함 |
| 6주차 수요일 | 염소고기 120g + 채소 샐러드 + 무염된장국 | 142 | 오전 집중력 좋아짐 | 식단 유지가 익숙해짐 |
| 8주차 토요일 | 외식(염소불고기) + 반주 한잔 | 219 | 다음날 피로감 심하고 손끝 저림 | 양념이 진했음, 이후 조심함 |
그래도 완벽한 건 없었다
한 번의 방심이 부른 불안
그렇게 잘 유지되던 시절에 한 번 크게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명절이었죠.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다 보니 들뜬 마음에 염소고기 불고기를 과하게 먹었습니다. 평소보다 양념이 진했는데, 그날따라 술도 조금 마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혈당계를 확인하니 220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가.”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다행히 며칠 조절하니 다시 안정됐지만, 그 경험은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적당함’을 생활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가족의 변화, 식탁의 변화
아내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다
처음엔 아내가 염소고기를 싫어했습니다. 냄새 난다고 고개를 저었죠. “당신 건강한 건 좋은데, 냄새 좀 줄일 수는 없어요?”라며 불평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꾸준히 먹으니 어느 날은 직접 국을 끓여주더군요.
“당신은 이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얼굴이 좀 밝아졌어요.”
그 말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를 위해 해주는 작은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알았죠. 지금은 오히려 아내가 레시피를 찾아서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합니다. 된장국, 미역국, 심지어 염소고기 장조림까지요.
염소고기 섭취 후 느낀 신체 변화와 생활 패턴의 차이
| 구분 | 염소고기 섭취 전 (당뇨 초반 시기) | 염소고기 섭취 후 (꾸준히 2개월 이상) |
|---|---|---|
| 아침 공복 혈당 | 평균 165~175mg/dL | 평균 125~135mg/dL |
| 식사 후 졸음 | 거의 매일 졸음이 쏟아짐 | 집중력이 유지되고 업무 효율 향상 |
| 체력 상태 | 퇴근 후 바로 누워버림, 운동 의욕 거의 없음 | 퇴근 후 30분 걷기 가능, 컨디션 회복 |
| 식습관 |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먹음, 늦은 야식 잦음 | 일정한 식사 시간, 간식 섭취 줄어듦 |
| 체중 변화 | 3개월 동안 2kg 증가 | 3개월 동안 3kg 감소 |
| 정신적 변화 | 당뇨에 대한 불안감, 죄책감 | 식습관 조절로 자신감 회복 |
| 가족 반응 | “냄새 난다”며 식탁 따로 | “당신 얼굴 좋아졌어요”라는 말로 응원 |
| 의사 평가 | “혈당 관리 좀 더 신경 쓰셔야겠어요” | “지금 방식 그대로 유지하세요” |
직장에서의 작은 변화들
동료들의 시선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을 때, 동료들이 많이 놀렸습니다.
“오늘도 그 염소고기 도시락이에요?”
“이젠 염소고기 없으면 일 못 하겠네.”
처음엔 웃으며 넘겼지만, 어느 순간 그 말이 자존심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들렸습니다.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스스로 찾았다는 게 뿌듯했죠. 회사에서도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니 집중력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엔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머리가 맑습니다.
염소고기와 당뇨, 단순한 식단 이상의 의미
꾸준함이 만들어준 결과
두 달 후 정기검진에서 HbA1c 수치가 6.4로 떨어졌습니다. 약을 줄인 것도 아니고 운동량도 그대로였는데 말이죠. 의사 선생님이 그래프를 보여주며 “지금처럼만 유지하면 좋습니다”라고 하셨을 때,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염소고기는 제게 음식이 아니라 ‘약속’이 됐습니다. 내 몸과의 약속, 그리고 내 삶과의 약속이요.
몸이 알려준 진짜 건강의 기준
당뇨를 관리하면서 느낀 건, 결국 마음이 먼저 변해야 몸이 따라온다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먹는 음식은 아무리 좋아도 몸이 받아들이지 않아요. 염소고기 역시 그렇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삼켰지만, 어느 순간 “이게 내 몸에 맞는구나” 하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그 뒤로는 억지로 관리하지 않아도 생활이 자연스럽게 정리됐습니다. 늦은 밤 야식이 줄고, 커피도 줄었습니다. 주말엔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서 직접 고기를 고르고, 채소를 함께 고릅니다. 그런 일상이 쌓이면서 제 인생이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스스로에게 전하는 한마디
이제 염소고기를 먹을 때마다 그 시절의 저를 떠올립니다. 늘 피곤하고, 늘 불안하던 시절의 나.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당신 몸은 당신 편이에요.”
시간이 걸렸지만, 저는 결국 제 몸과 화해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은 단 하나의 진실은, 건강은 꾸준함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는 염소고기를 포함한 단백질 식단으로 구성합니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매일 30분씩 걷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며, 그날은 꼭 염소고기 수육을 준비합니다.
식탁 앞에 앉아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오늘도 잘 버텼다.”
이제 염소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당뇨라는 이름 앞에서 흔들리던 제 마음을 붙잡아준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누군가 제게 묻습니다.
“정말 염소고기가 당뇨에 좋아요?”
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좋고 나쁘고보다, 나한테 맞았다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속으로 덧붙입니다.
염소고기와 당뇨,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두 단어였다고.
“약이 아니라, 식탁 위의 진심이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