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인 줄 알았던 혈당 수치, 제 얘기가 됐어요
제가 ‘혈당’이라는 단어를 처음 제대로 의식하게 된 건 40대가 되고 나서예요. 그전에는 그냥 건강검진에서 ‘정상’이라는 말만 들으면 끝이었고, 누가 당뇨 얘기를 꺼내도 “아직은 괜찮겠지”라고 넘겼죠. 그런데 40대 중반부터 유독 식사 후에 졸림이 심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자주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과식 때문인가 싶었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지를 받았는데, 거기에 쓰여 있는 ‘식후 2시간 혈당 수치’가 정상이 살짝 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움찔했어요. “어, 이거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혈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특히 ‘식후 혈당 수치’가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느끼게 되었어요.
이 글은 제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식후 혈당 수치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했는지, 그리고 어떤 생활 습관이 변화했는지까지 담아보려고 해요. 혹시 저처럼 건강검진에서 숫자 하나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셨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 느낀 이상 신호, 그리고 무시하다가 더 심해졌던 후회
처음엔 그냥 식곤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고, 사무실에서 커피 없이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다들 그런 거 아니야?” 하고 넘겼죠. 그런데 나중엔 그 졸음이 단순한 졸림이 아니라, 약간 어지럽고 멍한 느낌까지 동반되더라고요.
그 무렵에 살도 급격하게 조금씩 찌기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체형이 살이 잘 찌는 편은 아니었는데, 배 쪽으로 부쩍 불어나면서 옷이 안 맞기 시작했죠. 몸이 점점 둔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제야 인터넷을 뒤지며 검색을 시작했어요.
“식후 혈당 수치 높으면 어떤 증상?”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마자, 제 상태랑 비슷한 사례들이 주르륵 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이건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특히 ‘식후 2시간 혈당이 140 이상이면 당뇨 전단계일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받은 결과가 딱 147이었거든요.
직접 혈당 측정기 구입해서 해본 첫 측정
마음이 급해진 저는 혈당 측정기를 구입했어요. 병원에 가기엔 뭔가 아직 겁도 났고, 그냥 제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인터넷에서 많이들 쓰는 가정용 혈당 측정기를 하나 주문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용해봤어요.
처음 쟀을 때, 공복 혈당은 98이 나왔어요. 이건 정상 범위라 안심했죠. 그런데 문제는 식후 2시간 측정이었어요.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알람 맞춰 2시간 뒤에 측정해보니 숫자가 155까지 올라간 거예요. 솔직히 그때 식은땀이 났어요.
“이거 진짜 시작된 건가?” 싶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어서, 그다음날부터는 하루 3번씩 혈당을 재면서 데이터처럼 기록을 해봤어요. 아침 공복, 점심 식후 2시간, 저녁 식후 2시간. 그렇게 일주일을 기록해봤는데, 매번 식후 2시간 혈당 수치가 145~160 사이로 나오는 거예요. 거의 고정값처럼요.
생활 습관 바꾸기 시작하면서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이 수치를 보고는 무조건 뭔가 바꿔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처음으로 한 건 ‘밥 양 줄이기’였어요. 평소에 밥 두 공기 먹던 사람이었는데, 딱 반 공기로 줄였어요. 대신 반찬은 채소 위주로 바꿨고요. 그리고 먹는 순서도 바꿨어요. 밥보다 먼저 채소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다음으로 한 건 ‘식후 걷기’. 예전엔 밥 먹고 나면 그냥 누워서 휴대폰 보거나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TV 봤거든요. 그런데 식후 20분 정도 지나면 무조건 밖에 나가서 15~20분은 걸었어요. 처음엔 솔직히 귀찮았어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까 점심 먹고 나서 졸음이 확 줄더라고요.
그리고 진짜 놀랐던 건, 같은 식사를 하고도 식후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내려간 거예요. 걷기 시작하고 나서 측정해보니까 130 후반~140 초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딱 그 순간이었어요. “이게 진짜 효과가 있구나” 싶었죠.
3개월 뒤 재검사, 결과는 말 그대로 반전
이렇게 생활 습관을 바꾸고 3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혈당 검사를 받았어요. 공복 혈당은 여전히 90대였고, 식후 2시간 혈당은 126으로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도 “이 정도면 아주 잘 관리하고 계세요. 이대로만 유지하세요” 하시더라고요.
그날 집에 오면서 혼자 웃음이 나더라고요. 뭔가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기분이었어요. 물론 제가 당뇨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진짜 눈앞에 있었던 당뇨 전단계를 생활 습관 하나하나로 막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도 지키고 있는 식후 혈당 관리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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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복 혈당 체크 (주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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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저녁 식사 전 채소 먼저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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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최소 15분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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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채소 중심 식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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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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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일상 기록 노트에 혈당 수치 정리
이렇게 꾸준히 하니까, 혈당 수치가 안정적이고 피로감도 확실히 줄었어요. 예전처럼 갑자기 졸리고 멍한 느낌도 없어졌고요. 무엇보다 몸무게도 자연스럽게 줄어서, 요즘은 허리띠 구멍도 하나 줄였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팁
식후 혈당 수치는 숫자보다 ‘내 몸의 신호’를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단순히 높고 낮음을 넘어서, 내 생활이 어디에서 문제였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등이에요.
한 줄 요약하자면, ‘식후 혈당 수치, 무시하지 마세요. 작은 변화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