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니었던 사과 하나가 준 깨달음
“에이, 사과 하나쯤이야.”
정말 그 생각이었어요. 그날 회사에서 회의가 길어졌고, 점심시간은 애매하게 지나가 버렸죠. 빈속에 커피만 들이켰더니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도 띵하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마침 눈에 들어온 게 빨갛고 윤기 도는 사과였어요.
평소엔 잘 안 먹던 과일인데, 어릴 적 도시락에 늘 들어있던 사과 생각이 나서 괜히 반가운 기분이 들더라고요. 뭔가 ‘엄마의 정성’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날따라 참 먹고 싶었어요. 그냥 이끌리듯이 하나 집어 들고 계산을 했죠.
집에 돌아와서 씻고, 껍질째 아삭아삭 씹으며 먹었는데… 생각보다 단맛이 꽤 강하더라고요. “이거 설탕 발랐나?” 싶을 정도로. 먹고 나니까 갑자기 찝찝해졌어요.
당뇨 전단계 판정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그날 밤, 괜히 불안해졌어요
2년쯤 전에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 수치가 살짝 높다고 했어요. 수치로는 110 정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조심하면 괜찮을 거예요” 하셨거든요. 그 말이 은근히 마음에 남았어요. 괜찮다고는 했지만, 신경 안 쓰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밥 줄이고, 군것질 줄이고, 탄수화물도 되도록 멀리했죠.
그래서 단 음식은 나름 안 먹으려고 했는데… 그날은 그냥 무너진 거예요. 한 번 먹었을 뿐인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거… 혈당 얼마나 올랐을까?’
‘진짜 괜찮은 걸까?’
그날 밤은 좀 찝찝했어요. 별거 아닌 사과 하나에 괜히 걱정하고, 인터넷 검색도 한참 해보고… 그러다 새벽까지 사과의 GI 지수니 GL 수치니 찾아보다가 결국 혈당 측정기를 하나 주문했죠.
처음엔 정말 헤맸습니다
택배로 온 혈당 측정기 박스를 열었을 때, 순간 멍했어요.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바늘은 따로고, 시험지는 따로고, 기계는 또 따로고… 설명서가 두꺼워서 읽다 말고 유튜브 검색했어요.
처음 찔렀을 땐 진짜 놀랐어요. “우와… 진짜 피난다…”
약간 무서웠어요. 어릴 때 주사 무서워하던 기억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그래도 첫 공복혈당을 쟀죠. 103. 아직은 괜찮은 수치. 그리고 다시 사과를 하나 먹었어요. 이번엔 실험이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30분 후에 재봤는데… 숫자가 178.
순간 멍했어요.
178? 이게 진짜 맞아? 한 번 더 재봤는데 182. 오차범위라지만 더 높았어요.
정말 당황했어요. 사과 하나가 이렇게까지 올릴 수 있구나. 그냥 단순히 건강한 과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당이 있는 과일은 몸 안에 들어오면 설탕처럼 작용하나 보다 싶었죠.
실험은 계속됐습니다
하루만 하고 말 수는 없었어요. 사과가 그렇게 혈당을 튀게 하는 과일이라면, 방법을 바꾸면 괜찮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다음 날은 껍질을 벗기고 먹어봤고, 또 하루는 아침 공복이 아닌 점심식사 후 디저트처럼 먹어봤고, 또 하루는 아주 조금만 먹어봤어요.
확실히 차이가 났어요.
공복에 먹으면 확 오르고, 식사 직후 먹으면 생각보다 많이 안 오르더라고요. 양도 중요한 듯했어요. 반 개만 먹은 날은 1시간 후 혈당이 140 정도. 그건 좀 안심이 됐죠.
결국 사과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거였어요.
내가 직접 재봤던 사과 먹고 난 뒤 혈당 변화 기록
시간대 | 혈당 수치 (mg/dL) | 당시 상황 | 메모 |
---|---|---|---|
공복 (아침) | 103 | 아무것도 먹기 전 | 정상 범위, 몸 상태 괜찮음 |
사과 먹고 30분 후 | 178 | 중간 크기 사과 1개, 껍질째 | 생각보다 급격히 상승함 |
사과 먹고 1시간 후 | 162 | 몸에 약간 열이 나는 느낌 | 여전히 높은 상태 |
사과 먹고 2시간 후 | 125 | 안정되기 시작함 | 이때쯤 조금 안심됨 |
처음엔 좀 무서웠어요. 숫자가 튀니까 마음도 같이 튀더라고요. 그래도 기록을 해보니까 뭔가 감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몸은 정직하다는 걸 깨달았죠
사과뿐만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하루 식사도 혈당계로 점검해보기 시작했어요. 흰쌀밥, 감자, 바나나, 심지어 고구마도요.
재밌는 건,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날그날 수치가 다르게 나왔다는 거예요.
잠을 덜 잔 날은 수치가 확 튀었고,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은 원래보다 20 이상 높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서 느꼈죠. 몸은 정직하구나. 그리고 숫자도 정직하고요.
한때는 혈당 수치에 일희일비했는데, 이제는 흐름을 봐요. 한 끼만 튄다고 걱정하기보단, 일주일 평균, 한 달 평균을 보는 식이죠.
지금은 사과를 이렇게 먹습니다
요즘은 아예 습관이 되었어요. 사과를 매일 먹지는 않아요. 주로 오후 3~4시쯤, 약간 졸릴 때 반 개 정도. 껍질은 벗기지 않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요.
이 시간대엔 보통 점심을 먹고 3시간쯤 지난 시점이라, 혈당도 안정되어 있고, 뭔가 당이 조금 필요한 타이밍이에요. 사과 반 개는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아서 딱이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내 몸에 맞는 패턴’을 파악했다는 거예요.
누구에게나 정답인 식단은 없고, 정답인 과일도 없어요. 결국 자기 몸이 뭘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걸 스스로 알게 되는 게 핵심이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
어느 날 회사 동료가 저한테 과일 먹으면서 “사과가 다이어트에 좋다던데요?” 하고 묻더라고요.
그때 제가 웃으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사과는 칼이야.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
누군가에겐 활력이고,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그걸 제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핏방울 덕분에, 아주 정확히 배웠어요.
처음엔 피 한 방울 내는 것도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그 한 방울이 제 건강을 지켜주고 있어요. 사과 하나로 시작된 이 여정이, 어쩌면 제 두 번째 인생을 열어준 것 같아요.
사과,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 반응이 이렇게 다르더라구요
섭취 방식 | 혈당 반응 | 느낌과 결과 | 나중에 내린 결론 |
---|---|---|---|
공복에 바로 먹었을 때 | 확 치솟음 (170 이상) | 몸이 더워지고 약간 피곤해짐 | 공복엔 피하는 게 낫겠다고 느꼈어요 |
점심 식사 직후 | 소폭 상승 (130 전후) | 안정적인 느낌 | 이 타이밍은 꽤 괜찮았어요 |
반 개만 먹었을 때 | 140 미만 유지 | 포만감은 적지만 부담도 적음 | 양 조절이 핵심이라는 걸 배웠어요 |
껍질 벗겨서 먹었을 때 | 살짝 덜 오름 | 식감은 덜하지만 안정감 있음 | 껍질에도 영향이 있나 싶더라고요 |
수면 부족 상태에서 | 평소보다 20 이상 상승 | 예상보다 훨씬 높아져서 당황함 | 컨디션 따라 수치가 민감하게 반응함 |
숫자만 보면 그냥 데이터 같지만, 이게 내 몸이랑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조심히 씹어먹습니다
이제 사과를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져요. 그냥 과일이 아니라, 나와 몸 사이의 대화의 시작점 같거든요.
그냥 사과 하나 먹는 데도 이렇게 복잡하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이 과정이 정말 소중해요.
지금도 가끔 당황할 때 있어요. 예를 들어 외식 자리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사과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가, 저녁 내내 몸이 이상하게 무겁다든가, 그런 날은 아직도 있어요.
그럴 땐, 아 내가 오늘 리듬을 놓쳤구나… 하며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싶은 말 한마디
“하나하나 다 기록해보세요.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해요.”
혈당 관리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순간, 저 스스로 되뇌였던 말이에요.
처음엔 복잡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 모든 게 익숙해지고, 이제는 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몸이 알려줘요.
그 출발점이 바로, 사과 한 입이었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사과 하나를 고민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한번 재보세요. 직접 경험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그 작은 과일 하나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