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속 무심했던 건강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저 바쁜 회사원이었습니다. 아침은 늘 빵 한 조각에 인스턴트 커피, 점심은 회사 근처 고깃집이나 분식집, 오후에는 졸음을 깨려고 진하게 탄 아메리카노를 두 잔씩 마셨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맥주 한 잔, 혹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TV 앞에 앉아 있던 게 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 날이 다가왔고, 별 생각 없이 받은 결과표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제 얼굴을 보며 한 마디 하셨습니다.
“혈당이 꽤 높네요. 관리 필요합니다.”
그 말이 그렇게 무겁게 들릴 줄 몰랐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이제 진짜 생활을 바꿔야 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나 아직 40대 중반인데, 이 나이에 당뇨라니…’라는 생각을 수십 번 했습니다.
마트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날 저녁, 평소라면 그냥 집에 들어갔을 텐데 왠지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트에 들어서서 무심코 채소 코너를 지나는데, 그곳에 초록색 덩어리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브로콜리였습니다.
사실 전까지 브로콜리를 잘 먹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먹었던 건 퍽퍽하고 씁쓸한 맛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 초록이 참 건강해 보였습니다. ‘이거 먹으면 혈당이 내려가려나?’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해보자 싶어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제 손에 브로콜리가 들려 있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좀 웃겼습니다. 마치 갑자기 채식주의자라도 된 사람처럼요.
첫 시도의 좌절
집에 와서 브로콜리를 씻고 삶았습니다. 물이 팔팔 끓을 때 넣고 3분 정도 기다렸다가 건져냈습니다. 한 입 먹자마자,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퍽퍽함과 풀 냄새, 씹을수록 퍼지는 심심함… 이걸 매일 먹으라는 건 고문 같았습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음 날엔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봤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서 색이 누렇게 변하고 물컹물컹해졌습니다. 그걸 보고 웃음이 나더군요. ‘내가 지금 이 채소 하나 때문에 왜 이렇게 진심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방법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그 뒤로 브로콜리 조리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브로콜리 맛있게 먹는 법’을 검색하면 수십 가지가 나왔습니다. 마늘과 함께 볶기, 올리브유에 굽기, 치즈를 뿌려 오븐에 굽기… 다 시도해봤습니다.
문제는 간이었습니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나트륨이 걱정되고, 적게 넣으면 맛이 없었습니다. 마늘을 너무 넣으면 속이 더부룩했고, 치즈를 넣으면 칼로리가 올라갔죠.
한 번은 주말에 무심코 브로콜리를 샐러드로 만들어서 먹었는데, 드레싱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설탕이 들어간 소스를 부어버렸습니다. 그날 저녁 혈당계를 찍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숫자가 훌쩍 올라 있었거든요.
터닝포인트, 레몬 한 조각
결정적인 변화는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마트에서 브로콜리를 샀는데, 옆에 레몬 한 조각이 같이 들어 있는 포장이 있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그걸 샀습니다. 집에 와서 브로콜리를 살짝 데친 후, 레몬즙을 가볍게 짜서 뿌렸습니다.
첫 입을 먹는 순간,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씁쓸함이 사라지고, 향이 산뜻하게 살아나면서 먹는 게 훨씬 쉬워졌습니다.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레몬 브로콜리를 자주 해 먹게 됐습니다.
일상 속 자리 잡기
레몬 브로콜리를 시작한 이후, 저는 회사 도시락에도 넣고, 저녁 반찬으로도 활용했습니다. 심지어 아침에 만드는 스무디에도 살짝 넣어봤는데,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주 3~4회는 꼭 먹었고, 냉동 보관도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데쳐서 소분한 뒤 냉동실에 넣어두면 출근 전에 전자레인지에 1~2분만 돌리면 되니 편했습니다. ‘귀찮아서 안 먹는다’는 변명은 사라졌습니다.
내가 직접 겪은 브로콜리 조리 시도와 결과
시도한 방법 | 상황과 느낌 | 결과와 깨달음 |
---|---|---|
물에 삶기 | 첫 시도. 레시피 없이 3분만 삶음 | 퍽퍽하고 풀냄새 강함. ‘이걸 매일 먹을 수 있을까’ 의문 |
전자레인지 데우기 | 출근 전에 급하게 시도 | 시간을 너무 오래 돌려서 색이 누렇게 변하고 물컹거림 |
마늘 볶음 | 맛을 살리려고 마늘 듬뿍 사용 | 향은 좋았지만 속이 더부룩, 양 조절의 중요성 느낌 |
치즈 오븐 구이 | 고소함을 기대하며 치즈 추가 | 맛은 최고였지만 칼로리 걱정에 오래 지속 어려움 |
레몬즙 곁들이기 | 우연히 마트에서 레몬 포장 발견 | 씁쓸함 사라지고 향이 산뜻, 꾸준히 먹을 수 있는 방법 찾음 |
서서히 찾아온 변화
처음 두 달은 별다른 변화를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혈당계를 보니 120대가 찍혀 있었습니다. 예전엔 140을 넘던 게 당연했는데, 그 수치를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완만하게 수치가 내려갔습니다. 물론 브로콜리 하나만의 효과는 아니었겠죠. 식단 전반을 조절하고, 군것질을 줄인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로콜리는 그 변화를 시작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브로콜리를 식단에 넣은 후 느낀 변화 기록
기간 | 식습관 변화 | 혈당 변화 | 생활 속 체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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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차 | 억지로라도 하루 한 번 브로콜리 포함 | 큰 변화 없음 | 맛에 대한 거부감 여전 |
1개월 차 | 레몬즙 활용으로 먹기 편해짐 | 소폭 하락 | 포만감 덕에 군것질 줄어듦 |
2개월 차 | 주 3~4회 꾸준히 섭취 | 아침 공복 혈당 120대 안정 | 점심 후 졸음 줄어듦 |
4개월 차 | 다양한 조리법 시도, 질리지 않음 | 혈당 수치 안정적으로 유지 | 회식 메뉴 고를 때 채소 먼저 찾게 됨 |
현재 | 브로콜리 냉동 소분 습관화 | 안정적인 수치 유지 | 건강 관리 자신감 회복 |
웃지 못할 에피소드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샐러드 코너에 브로콜리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한 접시 담았습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이상하게 고소하고 부드럽더군요. 알고 보니 마요네즈 드레싱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그날은 괜히 열심히 먹었다가 다음 날 혈당이 확 올라서 하루 종일 찜찜했습니다.
또 한 번은 점심 도시락에 브로콜리를 넣었는데, 물기를 제대로 빼지 않은 채 넣어둬서 밑이 눅눅해져 있었습니다.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퍼지는 냄새에 옆자리 동료가 “형, 이거 괜찮아요?” 하고 웃더군요. 저도 민망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지금의 마음가짐
이제 브로콜리는 제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채소가 아니라, 건강한 습관의 상징이 됐죠.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즐기면서 먹습니다. 레몬뿐 아니라 발사믹 식초, 통후추, 올리브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줍니다. 그렇게 하면 질리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한 마디
예전의 저처럼 시작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래 못 갑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방법부터 찾으세요. 그게 꾸준히 가는 비결입니다.”
돌아보면, 마트에서 무심코 집어 든 그 브로콜리가 제 생활을 바꾸는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브로콜리를 씹으면서 그날을 떠올립니다. ‘그때 참 잘했네…’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