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포기 못하는 나, 당뇨 진단을 받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달달한 디저트, 바삭한 과자, 밤늦게 땡기는 야식까지 하루라도 군것질 없이 지내본 적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날, 회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고 멍해졌어요. ‘공복혈당 130, 당화혈색소 6.8%’ 이렇게 나와 있더라고요.
당뇨 초기 단계라는 거였어요. 병원에서는 식이조절만 잘해도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 말이 제일 힘들었어요. ‘식이조절’, 이 말이 그렇게 무섭게 들릴 줄은 몰랐어요. 특히나 저처럼 군것질을 달고 사는 사람한테는 더더욱이요.
참는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처음 한 달은 진짜 독하게 마음먹고 식단을 바꿨어요. 밥도 현미로 바꾸고, 단 건 손도 안 댔어요. 과자, 빵, 아이스크림, 심지어 사탕 하나도 안 먹었죠. 대신 삶은 달걀, 견과류, 삶은 채소로 군것질 대신해보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스였어요. 나중엔 식욕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몸은 괜찮은데, 마음이 계속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빵이나 초콜릿을 먹을 때면, 괜히 괴롭고 소외된 느낌도 들었고요.
결국 두 달쯤 지나니까 폭발해버렸어요. 어느 날 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랑 과자 몇 개를 잔뜩 사 와서 혼자 다 먹어버렸어요. 다음 날 아침 혈당 체크해보니까 200을 넘겼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죠. 이대로 가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저는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먹어도 되는 군것질을 찾자고요. 내가 원하는 걸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가능한 선에서 조절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정말 하나씩 직접 테스트를 해봤어요. 혈당 체크기를 들고 다니면서 먹은 음식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체크했죠. 하나하나 다 기록하면서요. 귀찮긴 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니까 나한테 맞는 군것질 종류를 스스로 알아갈 수 있었어요.
실제로 괜찮았던 군것질 리스트
제가 실험 끝에 정착하게 된 군것질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저한테는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았던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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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당 그릭요거트에 블루베리 소량
달달한 게 먹고 싶을 때 이 조합이 꽤 괜찮았어요. 당지수도 낮고, 포만감도 있어서 한 번 먹으면 꽤 오래 든든하더라고요. -
견과류 소량
그냥 견과류 말고, 무염 제품만 골라서 하루 20~30g 정도만 먹었어요. 이건 거의 매일 챙겨 먹었어요. 간식이기도 하고 식사 대용 느낌도 나더라고요. -
고구마 찐 것
아주 작은 고구마 하나 정도. 달달하면서도 인공적인 단맛은 아니어서 부담이 덜했어요. 식사 대용으로도 활용했고요. -
다크초콜릿 (90% 이상)
이건 처음엔 쌉싸름해서 적응이 안 됐는데, 몇 번 먹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2~3조각이면 충분했고, 혈당도 별로 안 오르더라고요. -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당류 대체 간식
무설탕 초콜릿, 당 줄인 쿠키 이런 거 찾아서 시도해봤어요. 처음엔 맛이 어색했지만 요즘은 웰빙 간식도 워낙 잘 나와서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어요.
실패했던 간식들도 있었어요
물론 실패한 것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설탕 줄인’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혈당은 그대로 치솟았던 제품들도 있었고요.
현미떡, 과일 말린 것들(말린 바나나, 말린 망고)은 ‘건강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먹었다가 혈당 급등해서 놀란 적도 있어요.
그리고 단백질바도 당 함량이 낮은 걸 고른다고 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안에 당 알코올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복통 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은 이런 방식으로 조절하고 있어요
지금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기본으로 하되, 중간중간 배고프거나 당길 때는 위에 소개한 간식들 중에 그날 컨디션 따라 선택해서 먹고 있어요.
무조건 참는 건 오히려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적절한 간격으로 ‘허용된 간식’을 스스로 설정해두고 먹는 거죠. 이게 훨씬 현실적이고 오래 지속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하루 중 ‘언제 먹느냐’도 꽤 중요했어요. 예를 들어 점심 식사 직후에 간식을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르는데, 공복 상태에서 먹으면 훨씬 많이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 식사 직후에 먹으려고 노력해요.
당뇨 진단 이후 내 마음의 변화
이 경험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당뇨라는 병이 단순히 식단 조절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의 습관, 심리 상태까지 전부 영향을 주는 병이라는 걸요.
군것질 하나를 두고 이렇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조절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제 삶의 균형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뭘 먹는 일도 줄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해줬다는 점이에요. 이게 정말 커요. ‘나는 안 돼’라고 단정짓는 순간, 모든 게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한 줄 요약
당뇨 환자라고 군것질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어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조절하며 먹는 게 오래가는 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