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뇨 피부 착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살다 보면 얼굴빛이 변할 수도 있지, 나이 들어서 그런 거겠지 하며 넘겼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서 있는데 얼굴빛이 평소보다 훨씬 어둡게 보였어요. 볼살 아래쪽이 검게 그늘진 듯했고, 목 옆에는 희미한 착색이 번져 있었습니다.
그때의 찝찝한 기분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죠.
첫 번째 변화, 회사 생활 속 피로감과 무심함
반복되는 카페인과 간식의 늪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는 게 일상이고, 머리가 멍하면 커피부터 찾는 사람이었죠. 아침 커피, 점심 후 커피, 회의 전 커피… 하루 세 잔은 기본이었습니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커피만 마시기 허전해서 단 과자나 빵을 곁들이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당시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넘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 몸이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심코 지나친 경고등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후배가 제 손등을 보더니 “부장님, 손이 왜 이렇게 까매요?”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당황해서 웃으며 넘겼지만,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손목 근처가 확실히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세수를 하다가 거울을 봤는데, 얼굴색도 예전보다 칙칙했습니다.
그날 밤, TV 불빛에 비친 제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피부가 왜 이러지? 그냥 나이 때문일까?”
그때만 해도 ‘당뇨 피부 착색’이라는 단어는 제 머릿속에 없었죠.
병원에서 들은 낯선 단어, 당뇨 피부 착색
“피부 색이 변한 건 혈당 때문일 수도 있어요.”
며칠 뒤 건강검진 결과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혈당 수치가 기준치를 훌쩍 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조용히 말하더군요. “피부 색이 변한 게 단순한 색소침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뇨 피부 착색이라고 부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피부 색이 변하는 이유가 혈당이라니. 전혀 예상 못 한 결과였죠.
그날 퇴근길에 버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불빛 아래서 더 어둡게 보이더군요. 그제야 진짜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레 밀려온 두려움
“이러다가 더 나빠지면 어쩌지?”
평생 먹는 약이 생길까 봐 두려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을 꺼내자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여보, 이제 진짜 관리해야 해요. 그냥 두면 더 심해질지도 몰라요.”
그 말이 이상하게 뼈에 와 닿았습니다. 그날부터 식단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시행착오의 연속, 식단 조절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인터넷에서 ‘당뇨 식단’을 검색해 이것저것 따라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루 세 끼를 챙기기도 버거운데, 탄수화물 비율까지 계산하려니 머리가 아프더군요.
밥 대신 현미를 먹어보려 했지만 질기고 맛이 없었습니다. 반찬도 짜게 먹던 습관이 있어서 입에 안 맞았죠.
몇 번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예전 식습관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이게 평생 해야 한다니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피부색이 점점 진해지면서, 제 마음도 불안해졌습니다.
퇴근 후 거울 앞에 서면 얼굴빛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목선 아래, 팔꿈치 주변까지 어두워졌죠.
아내가 제 등을 보며 조용히 말하더군요.
“당이 높아지면 이런 착색이 더 심해진대요. 조금만 더 버텨봐요.”
그 말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 몸은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당뇨 초기에 겪은 식단 시행착오 정리
구분 | 시도했던 식습관 | 당시 느꼈던 문제점 | 개선 후 변화 |
---|---|---|---|
1 | 흰쌀밥과 국 중심의 일반 식사 | 밥을 줄이기 힘들어 식사 후 졸음이 심했고, 혈당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 현미와 귀리를 섞어 먹으니 포만감이 오래가고 혈당이 천천히 올라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
2 | 식사 사이 간식으로 빵, 과자, 커피 | 단맛이 주는 위안으로 피로가 줄 듯했지만, 금세 혈당이 출렁이며 손발이 저릿했습니다. | 커피를 하루 한 잔으로 줄이고, 견과류나 삶은 달걀로 대체해 혈당 변동이 줄었습니다. |
3 | 저녁식사 후 과일 섭취 | 당도가 높은 과일을 먹으면서 “건강식”이라 착각했지만, 아침 공복 혈당이 오히려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 과일은 오전으로 옮기고, 사과 반 개 이하로 조절하니 혈당이 안정되며 피부 톤이 탁해지는 현상이 줄었습니다. |
4 | 단백질 보충을 위해 잦은 고기 섭취 | 단백질 위주라 생각했지만 지방이 많은 부위를 자주 먹어 체중이 늘었습니다. | 닭가슴살과 생선을 주로 섭취하니 체중이 줄고 얼굴 부기가 빠졌습니다. |
5 | “단식”으로 혈당을 낮추려 한 시기 |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지러움과 탈력감이 심해 업무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 일정한 시간에 세 끼를 먹고, 양을 줄이니 컨디션이 훨씬 좋아지고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
변화를 만든 결정적 전환점
보조제와 식단을 병행하다
회사 근처 약국에서 알파리포산과 크롬 보충제를 추천받았고, 꾸준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는 현미와 채소 위주로 바꿨고, 간식 대신 삶은 달걀이나 아몬드를 먹었습니다.
하루에 물을 2리터 이상 마시면서, 식후 혈당을 매일 기록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두 달쯤 지나자 얼굴색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먼저 알아봤죠.
“여보, 얼굴이 요즘 좀 환해진 것 같아요.”
그 한마디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모릅니다. 노력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운동의 효과를 몸으로 느끼다
처음에는 걷기 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도는 걸로 시작했는데, 하루 20분도 힘들었죠.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서 몇 번이고 중간에 멈췄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일부러 두 바퀴를 더 돌았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이 비워지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날 이후로는 운동이 습관이 됐습니다.
세 달이 지나자 손목의 어두운 착색이 희미해졌고, 피부결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놀라시더군요.
“이 정도로 좋아지셨으면 정말 관리 잘하신 겁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한 후 체감한 변화 기록
기간 | 주요 실천 내용 | 신체적 변화 | 심리적 변화 | 병원 진단 결과 |
---|---|---|---|---|
1주차 | 퇴근 후 15~20분 가벼운 걷기 | 다리가 뻐근했고 금세 숨이 찼습니다. 몸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 혈당 수치 큰 변화 없음. 여전히 식후 급상승 구간이 존재했습니다. |
3주차 | 걷기 시간을 30분으로 늘림 | 다리 근육이 조금 단단해지고 체중이 1kg 정도 줄었습니다. | 땀 흘린 후의 개운함을 처음 느꼈습니다. | 공복 혈당이 10~15 정도 낮아짐. |
6주차 | 주말엔 공원 한 바퀴, 평일엔 아파트 단지 걷기 | 피부 톤이 조금 밝아졌고 얼굴의 붓기가 줄었습니다. | ‘꾸준히 하면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의사가 “혈당 조절이 안정적으로 잡히고 있다”고 평가함. |
10주차 | 걷기 1시간 + 식단 병행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벼워졌고, 피부결이 부드러워짐. | 운동이 습관이 되어 “하루를 채운다”는 만족감이 생김. | 당화혈색소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되어 약 복용량이 조절됨. |
3개월 이후 | 꾸준한 관리와 기록 습관화 | 손등과 목 부분의 어두운 착색이 옅어졌고, 체중이 총 4kg 감소. |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스트레스 수치가 확실히 낮아짐. | 혈당 수치 안정. 피부 톤 회복세 뚜렷. 재발 징후 없음. |
지금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피부가 보내는 고마운 신호
요즘은 아침마다 세수할 때 거울 속 얼굴을 보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수고했다. 오늘도 잘 해보자.”
예전엔 어두워진 피부를 보며 한숨만 쉬었는데, 이제는 밝아진 얼굴을 보면 스스로를 칭찬하게 됩니다.
당뇨 피부 착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흔적이 오히려 제 삶의 교훈처럼 남았습니다.
한때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던 그 착색이, 지금은 제게 ‘건강을 되찾은 증표’처럼 느껴집니다.
회사에서도 달라진 모습
회사 동료들이 먼저 알아보더군요.
“요즘 피부톤이 좋아지셨어요.”
그 한마디에 기분이 묘하게 들떴습니다.
몸이 좋아지니 일도 훨씬 수월해졌고, 집중력도 높아졌습니다.
이전엔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오후 시간에도 머리가 맑습니다.
식단, 운동, 보조제, 그리고 마음가짐까지 전부 바꾸니 삶의 리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피부가 먼저 반응합니다
가끔은 피로가 쌓이거나 회식이 이어질 때, 피부색이 다시 어두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바로 알아차립니다.
‘아, 내가 지금 과로했구나. 혈당이 흔들리고 있구나.’
그럼 퇴근 후 운동화부터 꺼내 듭니다.
지금의 저는 예전처럼 무시하지 않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한 번 어두워졌던 피부가 밝아지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혈당을 조절하지 않으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도 매일 아침 혈당계를 꺼내 듭니다.
숫자가 안정적으로 나올 때마다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오늘도 괜찮다.” 그 말이 이렇게 기쁠 줄 몰랐습니다.
당뇨 피부 착색이 내게 남긴 교훈
단순한 색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변화
지금 돌이켜보면, 당뇨 피부 착색은 제 인생의 경고등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일, 스트레스, 성과에만 몰두하며 내 몸을 외면했죠.
하지만 그 작은 색의 변화가 저를 다시 살게 했습니다.
피부색 하나가 삶 전체를 바꿔놓은 셈입니다.
지금은 건강을 중심에 두고 살아갑니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내 몸은 괜찮은가”부터 먼저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남은 한 문장
이제는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 다시 하면 된다.”
당뇨는 평생의 친구 같지만, 관리만 잘하면 무섭지 않습니다.
당뇨 피부 착색이 그걸 가르쳐줬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요즘은 출근 전 거울을 보며 이렇게 다짐합니다.
“오늘도 나를 믿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이제는 피부색보다 마음의 색이 더 맑아졌다고 느낍니다.
당뇨 피부 착색이 제게 남긴 건 두려움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였습니다.
살아가며 그런 변화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