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의 고백
저는 하루에 커피 한두 잔은 꼭 마시는 사람이에요. 아침엔 모닝커피 없으면 머리가 멍하고, 점심 먹고 나면 입이 심심해서 또 한 잔 마시게 되고요. 그게 제 루틴처럼 굳어졌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건강검진 결과에서 ‘공복 혈당 수치가 경계선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진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때가 딱 40대 초반이었고, 부모님 두 분 다 당뇨병을 앓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더 겁이 났어요. ‘이러다 나도 금방 당뇨 판정 받는 거 아냐?’ 싶은 불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식습관도 바꾸고, 운동도 시작했는데, 제일 고민됐던 건 ‘커피’였어요. 커피를 포기하느냐 마느냐, 이게 제 생활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당뇨 전단계 상황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어떤 커피가 괜찮은지, 제가 직접 실험도 해보고 조절해가면서 마셔봤어요.
당뇨가 의심된 이후 달라진 습관들
처음엔 무조건 단 걸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시리얼, 과자, 주스 같은 것들을 다 끊었어요. 근데 문제는 커피였어요. 평소엔 설탕 1스푼, 프림 1스푼, 커피 한 스푼으로 타 마시던 스타일이었거든요. 흔히 말하는 ‘믹스커피 스타일’이죠. 그게 익숙해서 집에서도 그렇게 타 먹었고, 카페에 가면 달달한 라떼나 바닐라라떼 같은 메뉴를 즐겨 마셨어요.
근데 그런 커피들이 혈당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보려고, 혈당 측정기를 하나 사서 아예 실험을 해봤어요. 같은 날 공복 혈당을 재고, 믹스커피 마신 후, 30분 후, 1시간 후, 2시간 후 혈당을 측정했어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어요. 평소보다 혈당이 40 이상 올라갔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이거 진짜 조절 안 하면 위험하겠구나.’
대체 커피 찾기 대작전
그래서 일단 카페인 자체보다 ‘커피에 들어가는 첨가물’이 문제라는 걸 알고, 대체할 수 있는 커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몇 가지 방법을 시도했어요.
1. 블랙커피로 전환하기
처음엔 너무 써서 적응이 안 됐어요. 하루는 진짜 그냥 버렸어요. 블랙커피 마시고 나니까 위가 쓰리고, 속도 울렁거리고요. 근데 이게 또 몸이 익숙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블랙도 괜찮아지더라고요. 하루 한 잔만 마시는 걸로 줄였고, 공복엔 절대 안 마시는 걸 원칙으로 정했어요.
2. 우유 대신 두유나 아몬드 브리즈
라떼는 포기 못 하겠어서 무가당 두유나 아몬드 브리즈로 바꿔봤어요. 커피 머신에 에스프레소 뽑아서 무가당 두유 넣고 섞어 마시니까 고소하면서도 달지 않아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혈당에도 거의 변화 없었어요.
3. 디카페인 커피도 시도
디카페인은 평소 카페인 때문에 잠 못 자는 일이 잦았던 저한텐 오히려 잘 맞았어요. 특히 저녁에 커피 땡길 때 디카페인 블랙 한 잔 마시면 마음도 안정되고 좋더라고요. 물론 맛은 일반 커피보다 조금 밍밍했지만, 익숙해지니까 크게 문제는 안 됐어요.
카페에 가도 조심하게 되더라
요즘은 카페에서도 저당 시럽 요청이 가능하잖아요. “시럽 빼주세요”, “무가당으로 해주세요” 같은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었어요. 예전엔 바닐라라떼에 시럽 듬뿍 넣은 게 좋아서 꼭 그렇게 시켰는데, 지금은 아메리카노 아니면 무가당 두유라떼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한 번은 커피 마시고 너무 졸려서 단 커피 마셨는데, 그날 저녁에 혈당이 확 올라갔어요. 몸이 확실히 반응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조절하게 되더라고요.
아, 그때부터 커피 마시기 전에 간단한 견과류나 삶은 계란 같은 걸 먼저 먹어두기도 했어요. 공복 혈당 피하려고요. 당 떨어졌을 때 무작정 커피 마시면 더 안 좋더라고요.
가족과 주변 반응
처음엔 남편도 “그렇게까지 해야 해?” 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블랙커피 같이 마셔요. 집에서도 믹스커피 안 사고, 원두 사서 드립으로 내려 마시거든요. 원두는 직접 구입해서 로스팅된 걸 사면 신선하고 가격도 꽤 괜찮아요.
부모님께도 제가 커피 바꾼 얘기해드렸더니, 아버지도 믹스커피 줄이고 블랙 드시더라고요. 당뇨 가족력 있는 집이라면 커피 습관 바꾸는 거 하나로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마셔요
하루에 커피 두 잔까지만.
공복엔 절대 금지.
무가당, 저당 기준 유지.
직접 내린 블랙커피 또는 디카페인 중심.
가끔 라떼 마시고 싶을 땐 무가당 두유나 아몬드 브리즈.
무조건 금지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나한테 맞는 방식으로 마시는 게 더 오래 가는 비결이더라고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즐기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마무리하며
당뇨가 걱정된다고 커피를 완전히 끊는 건 쉽지 않아요. 사실 끊으라는 말도 못 하겠어요. 저도 못 끊었으니까요. 대신 내 몸 상태에 맞춰서, 내 생활습관에 맞는 커피를 찾고 마시는 게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더라고요.
처음엔 블랙커피가 너무 써서 적응 못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 쌉싸름한 맛이 오히려 깔끔하고 좋아요. 사람 입맛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어요.
당뇨나 고혈당 때문에 커피가 고민이신 분들, 완전히 포기하지 마시고, 천천히 나한테 맞는 방식 찾아보세요. 진짜 커피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도 있더라고요.
한 줄 요약
당뇨가 있어도 커피는 조절해서 마시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떻게’ 마시느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