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조심해야 할 음식 직접 겪어보니 이유가 다 있더라

나도 한때는 별생각 없이 먹었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솔직히 예전엔 제가 당뇨라는 단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집안에 당뇨 환자도 없었고, 나는 그냥 살 좀 찐 중년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몸이 슬슬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자꾸 목이 마르고, 소변을 너무 자주 보게 되면서 병원에 갔더니 공복혈당 수치가 125가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 수치면 당뇨 전 단계입니다’라고 하시는데, 순간 진짜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식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고, 가장 먼저 알아본 게 당뇨 조심해야 할 음식들이었어요. 말로만 듣던 음식들이 실제로 얼마나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느끼고 나니까, 그때부터는 먹는 걸 진짜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제 경험담을 천천히 풀어볼게요.

첫 번째 충격, 흰쌀밥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어요

예전엔 밥이 빠지면 밥상이 아닌 줄 알았어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쌀 없으면 밥 안 먹은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근데 혈당 관리 시작하고 나서 제일 먼저 부딪힌 벽이 바로 흰쌀밥이었어요. GI 지수(혈당지수)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밥 한 공기가 그렇게 문제겠어?’ 했던 제가 바보였죠.

밥 한 공기만 먹었는데도 식후 혈당이 확 치솟는 걸 직접 측정기로 확인하고 나니까 충격이 컸어요. 그 이후로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으로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게 처음엔 정말 입에 안 맞더라고요. 퍽퍽하고 고소한 맛도 없고, 질긴 느낌에 ‘이걸 어떻게 먹지’ 싶었죠. 그런데 한두 달쯤 참고 먹다 보니까 점점 익숙해지고, 나중엔 흰쌀밥이 오히려 너무 달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현미 70%, 흑미 20%, 보리 10% 섞어서 먹고 있어요.

두 번째는 과일, 몸에 좋은 줄만 알았는데

과일은 당연히 건강한 음식이라 생각했어요. 아침에 사과 반 개, 저녁에 바나나 하나, 밤에 포도 몇 송이. 이렇게만 먹어도 하루 당 섭취량이 꽤 되더라고요. 문제는 과일에도 ‘당’이 있다는 걸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특히 바나나, 포도, 감 같은 건 GI 지수가 상당히 높고,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과일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그때부터는 과일도 무조건 양 조절해서 먹게 됐어요. 지금은 아침에 키위 반 개, 사과는 껍질째 한 조각, 이런 식으로 정해서 먹고 있고요. 수박은 여름에 진짜 먹고 싶어도, 몇 조각 이상은 안 먹으려고 엄청 조심해요.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무조건 먹는 건 위험하다는 걸 과일에서 처음 느꼈어요.

당근, 옥수수, 고구마도 방심하면 안 되는 음식이더라고요

처음에 당뇨 식단을 짤 때 고구마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포만감도 좋고 식이섬유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고구마도 조리 방식에 따라 혈당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찌는 것보다 구운 고구마가 훨씬 더 GI 지수가 높고, 잘 익을수록 혈당을 더 올린다는 거예요.

옥수수도 의외였어요. 한여름에 삶은 옥수수 하나 먹고 혈당 재봤는데 식후 2시간 수치가 190까지 오른 적도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까, 당뇨 환자들이 무조건 자연식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몸소 느꼈죠.

당근도 날로 먹으면 괜찮은데 익히면 혈당을 더 올릴 수 있어서 되도록 날로 먹거나 아주 살짝만 익혀 먹어요. 이런 것들은 진짜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었어요.

가장 조심하게 된 건 ‘설탕 숨어있는 음식’들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당류 하면 케이크나 아이스크림만 생각했었는데요, 막상 하나하나 체크해보니까 의외로 설탕이 숨어 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가장 대표적인 게 ‘시리얼’이었어요. 아침에 간단하게 먹는다고 시리얼 한 그릇 말아먹으면, 그 안에 들어간 당분이 어마어마했어요. 특히 초코맛, 과일맛 들어간 시리얼은 그냥 당 덩어리라고 봐야 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유자차, 매실차 같은 전통차류, 심지어 요거트도 당 첨가량이 엄청났어요. 그래서 요즘은 무가당 그릭요거트만 먹고, 차도 그냥 보리차나 둥굴레차만 마셔요. 소스류도 함정이 많았고요. 케찹, 바베큐소스, 심지어 된장까지 설탕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많더라고요. 된장찌개도 시판 된장 쓰지 않고 집된장만 써요.

식사량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 종류 자체를 바꿔야 했어요

처음엔 양만 줄이면 되는 줄 알았어요. 밥 반 공기, 고기 조금. 그런데 문제는 양보다 종류였어요. 예를 들어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라도 현미와 흰쌀은 혈당 반응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고기보다 오히려 빵 한 조각이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요즘은 먹는 양보다는 ‘무엇을 먹느냐’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됐어요. 탄수화물을 아예 끊을 순 없지만, ‘저항성 전분’이 있는 식품을 선택하거나, 단백질과 같이 섭취하는 식으로 조절해요. 예전에는 백반집 가서 그냥 주는 반찬 그대로 먹었는데, 지금은 된장찌개엔 두부 위주로, 생선구이는 기름기 덜한 걸로, 나물은 간이 심하지 않은 걸로 선택해요.

식습관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어렵고 또 소중하더라고요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바꾼 게 음식이었고,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려운 것도 결국 음식이었어요. 음식은 하루 세 번, 평생 지속해야 하니까요.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족발이랑 막국수가 나왔는데, 진짜 고민하다가 막국수 면을 다 남기고 족발 몇 점만 먹었어요. 그런 날은 돌아와서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요즘은 습관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서 과자나 단 음식을 봐도 ‘이건 혈당 바로 올라가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가족들도 제 식단을 배려해주고, 집밥 위주로 같이 조절하다 보니 오히려 다들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마무리하며 전하고 싶은 말

혹시 지금 당뇨 전단계거나, 혈당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분이라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뇨는 ‘참았다가 몰아서 조심하는’ 병이 아니고, 매 끼니마다 선택이 쌓여서 나중에 결과로 나타나는 병이에요. 먹고 싶은 거 참는 게 고통스럽지만, 병원 침대에서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덜 아프다고 생각하시길 바라요.

한 줄 요약

당뇨는 음식 하나, 간식 하나에서 시작되더라고요. 조심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식단이 달라지고 삶도 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