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진단 받고도 술을 포기 못한 현실
저는 40대 중반의 평범한 블로거이자 두 아이의 아빠예요. 한창 회식도 많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자주 있을 때, 당뇨 진단을 받았어요. 처음엔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서 수치 보여주면서 설명할 땐 솔직히 귀에 잘 안 들어오더라구요. 그냥 ‘혈당 조금 높은 건가 보다’ 싶었어요. 그런데 그날부터 식단 조절하랴 운동하랴, 이것저것 제한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가장 고민이 됐던 게 ‘술’이었어요.
솔직히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사회생활 하다 보면 피할 수가 없잖아요. 회식, 모임, 가족행사, 친구 생일… 안 마시면 분위기 깨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더 고민되더라구요. 그런데 당뇨 환자는 술 조심해야 한다고 하니까 더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처음엔 무조건 피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끊는 것도 어렵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당뇨인데 술 마셔도 되나?’를 실제로 부딪혀보게 됐어요.
처음엔 무서워서 술자리를 피했어요
당뇨 진단 받고 처음 한 달은 진짜 술 한 방울도 안 마셨어요. 누가 봐도 엄청 철저하게 관리했죠. 식단은 닭가슴살, 샐러드, 현미밥에 운동까지 꾸준히 했어요. 그랬더니 병원 수치도 조금씩 좋아졌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회사에서 회식이 잡혔고, 그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처음엔 “술은 좀 어려워요”라고 정중하게 말했지만, 다들 분위기상 ‘한 잔쯤 괜찮지 않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긴장 풀려서 결국 소주 한두 잔 마셨는데, 그날 집에 가면서 진짜 걱정됐어요. 당뇨에 술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불안했어요.
다음 날 아침 혈당기 꺼내 들고 재봤는데, 다행히 수치가 크게 오르진 않았어요. 근데 그날 저녁, 느닷없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더라구요. 손이 떨리고 어지럽고 식은땀까지… 그제야 술이 혈당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출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했어요. 책으로만 보던 저혈당을 몸으로 겪은 거죠.
당뇨에 술이 왜 위험한지 몸으로 배웠어요
당뇨 환자가 술을 마시면 혈당이 무조건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많더라구요. 특히 공복에 술을 마시거나, 술만 마시고 안주 제대로 안 먹으면 저혈당 위험이 훨씬 커진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 이후로는 술 마실 땐 무조건 밥을 먼저 먹고, 단백질 위주의 안주랑 같이 먹는 걸 기본으로 했어요. 그냥 소주, 맥주 마시는 것도 조절했고요. 맥주는 당이 높아서 아예 끊었고, 소주도 한 번에 한두 잔 정도로 줄였어요.
그리고 술 마시는 날은 반드시 혈당기를 챙겨갔어요. 중간에 수시로 체크하고, 증상 느껴지면 바로 포도당 캔디나 두유 같은 걸 준비해서 먹었어요. 번거롭긴 했지만, 그런 준비가 있어야 안심이 되더라구요.
결국 방법은 ‘술을 안 마시는 게 아니라, 잘 마시는 법’을 배우는 거였어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술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대비할 수 있을 만큼만 마신다’는 거였어요. 무턱대고 마시는 게 아니라, 미리 먹은 음식, 그날 활동량, 체중, 기분까지 다 고려해서 결정했어요.
예를 들어 당일 아침에 혈당이 90 정도면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저녁에 식사 후 술 한 잔 정도는 괜찮았어요. 반면, 이미 아침에 혈당이 140 이상 나왔다면 그날은 술을 아예 안 마시거나, 맹물로 대신했어요.
술 종류도 바꿨어요. 막걸리나 맥주는 당 함량이 많아서 피했고, 증류주인 위스키나 진 같은 걸 소량 섞어서 마시거나, 와인을 조금씩 마셨죠.
주변 사람들한테도 당뇨라는 걸 솔직하게 말했어요. 처음엔 괜히 민망했지만, 얘기하고 나니까 오히려 이해해주고, 안 마셔도 괜찮다고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더 편해졌어요. 그 이후로는 저도 모임에서 술을 피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 조절해서 참여하고 있어요.
실제 사례를 통해 느낀 점
어느 날은 친구 생일 모임에서 안주가 거의 없고 술만 도는 자리였는데, 그날은 정말 위험했어요. 처음엔 별 느낌 없다가, 3시간쯤 지나니까 어지럽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이 떨리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화장실에서 혈당 재보니 58… 이건 진짜 응급 상황 직전이었어요.
다행히 포도당 캔디 챙겨갔던 게 있어서 그걸 빨고 조금 안정됐고, 친구들이 차로 집까지 데려다줘서 겨우 넘겼어요. 그때 정말 느꼈어요. “당뇨가 있으면서 술 마시는 건, 준비 없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구나” 하고요.
그날 이후 저는 반드시 술자리 전후로 혈당을 기록해놓고, 컨디션이 나쁜 날은 아예 마시지 않기로 스스로 원칙을 세웠어요. 결국 ‘어떻게 마시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술을 포기하기 어려운 당뇨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
저처럼 완전히 술을 끊지 못한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사회생활 속에서 나만 빠지는 게 눈치 보이고, 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생기거든요. 하지만 무작정 마시는 건 정말 위험하니까, 몇 가지만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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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엔 절대 마시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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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낮은 술 선택하기 (증류주 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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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안주와 같이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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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기 꼭 챙기고 수시로 체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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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 날엔 운동 줄이고, 충분히 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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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자주 마시지 않기
그 정도만 지켜도 위험은 크게 줄일 수 있어요. 저도 그 방법으로 몇 년째 술을 조심스럽게 조절하며 지내고 있고요.
마무리하며
당뇨 진단 받고도 술 마시는 거, 진짜 쉽지 않아요. 포기하는 것도 어렵고, 마시는 건 더 위험하고요. 저는 그 사이에서 계속 방법을 찾고 실수도 하면서 조절해 왔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나고 있고요.
당뇨가 있다고 해서 삶이 딱딱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더 신중해지고, 더 계획적으로 살아야 할 뿐이에요. 술 역시 마찬가지구요. 무조건 끊는 게 어려우면, 방법을 찾는 게 맞다고 봐요.
한 줄 요약
당뇨 있어도 술 마실 수는 있어요. 단, 준비와 조절이 없다면 그 한 잔이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