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뇨야? 진단받던 그날
제 인생에서 ‘당뇨’라는 단어는 남 얘기였어요. 솔직히 40대가 되기 전까진 건강검진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거든요. 체중이 좀 늘긴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지난해 가을, 회사에서 받은 정기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128이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이 “경계선 당뇨로 보입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하시는데, 순간 멍했어요. 당뇨는 나이 많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 걸리는 줄 알았거든요. 전혀 예상 못 한 소식에 당황스러웠고,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불안이 엄청났죠.
집에 와서 인터넷을 엄청 뒤졌어요. 당뇨 초기에는 식이조절만 잘해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당뇨에 좋은 야채’라는 키워드를 처음 접하게 됐고요. 그렇게 저의 야채 중심 식단 생활이 시작됐어요.
식단 개선, 말처럼 쉽지 않았던 첫 한 달
사실 전 야채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고기, 면, 튀김 이런 게 제 식단의 대부분이었거든요. 매끼 야채를 챙겨 먹는다? 그건 저에겐 거의 고문이었어요.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까 꾸역꾸역 시작했죠.
처음엔 그냥 마트에서 무난한 야채 몇 가지 골라오고, 인터넷에 ‘당뇨에 좋은 야채 요리법’ 검색해서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하루 세 끼를 최대한 야채 위주로 바꾸려 노력했는데요, 솔직히 입맛도 안 맞고 식사 시간이 너무 재미없어졌어요. 뭐 하나라도 먹고 싶은데, 혈당 생각하면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 달만 해보자 생각했어요.
당뇨에 좋다고 직접 먹어본 야채들
1. 브로콜리
처음에는 진짜 안 익숙했어요. 질감도 별로고, 씹을수록 이상한 향이 올라오는 느낌? 근데 데쳐서 참기름이랑 간장 살짝 넣어 무치니까 먹을만하더라고요.
특히 브로콜리는 혈당을 서서히 올려줘서 당뇨에 좋다고 하길래 매주 두 번은 꼭 챙겨 먹었어요. 전자레인지에 2분 돌리는 방식도 알게 돼서 그다음부터는 훨씬 편해졌고요.
2. 양배추
진짜 많이 먹었어요. 생으로 먹기도 하고, 데쳐서 쌈으로도 먹고요. 포만감도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식후 혈당이 확 오르는 것도 덜했어요.
양배추는 속도 편해져서 속 쓰릴 때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3. 시금치
철분 많다고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해주셨는데, 그땐 몰랐죠. 당뇨에도 좋다는 말 듣고 꾸준히 무쳐 먹었어요.
요즘은 시금치 된장국도 자주 끓여요. 국물 요리는 혈당 오르지 않게 양조절이 중요하긴 한데, 시금치 넣으니까 포만감도 좋고 밥 양도 줄이기 쉬웠어요.
4. 가지
솔직히 입에 잘 안 맞아서 맨 처음엔 피했는데, 당뇨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먹기 시작했어요.
전 튀기지 않고 찜으로 먹었고요. 고추장 살짝 풀어 나물처럼 해 먹으니까 그나마 먹을만했어요.
가지가 혈당 상승 억제에 좋다더니, 먹고 나서 혈당이 덜 오르긴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꾸준히 먹고 있어요.
5. 오이
오이는 식이섬유도 많고, 수분감도 좋아서 간식 대용으로 자주 먹었어요. 배고플 때 사과나 바나나보다 오이가 훨씬 낫더라고요.
껍질째 먹으면 더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고, 아침마다 오이 반 개씩은 무조건 먹었어요.
식단 조절 3개월, 내 몸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처음 한 달은 고비였어요. 식욕 참는 게 제일 힘들었고, 주변에서 맛있는 거 먹자고 할 때마다 핑계 대는 것도 스트레스였어요.
근데 두 달째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느낀 건 피곤함이 덜하다는 거였어요. 예전엔 점심 먹고 나면 무조건 졸리고, 오후엔 머리도 멍했거든요. 그런데 식사를 바꾸고 나니 그게 줄었어요.
그다음은 체중이었어요. 3개월 만에 5kg 정도 빠졌는데, 운동은 거의 안 했고 식단만 바꿨는데 이렇게 빠지니까 스스로도 놀랐어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혈당이었어요. 공복혈당이 128에서 108까지 내려갔어요. 그거 보고 나서야 ‘이게 진짜 효과가 있구나’ 실감했죠.
꾸준히 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도 찾았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무조건 참기만 하는 방식은 오래 못 가더라고요. 그래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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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야채 위주로 철저하게 식사하고, 주말엔 한 끼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걸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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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는 항상 세 가지 이상 섞어서 먹는다 (질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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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땐 군것질 대신 오이, 당근, 삶은 브로콜리를 미리 준비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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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단백질은 늘 같이 먹는다. 닭가슴살, 두부, 삶은 계란 등
이런 식으로 현실적인 선에서 지키다 보니 오래가더라고요.
느낀 점은 단순해요, ‘내 입이 바뀌면 내 몸도 바뀐다’
처음엔 맛없는 걸 억지로 먹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야채 없으면 허전해요. 입맛이 진짜 바뀌더라고요.
무조건 힘든 게 아니었어요. 익숙해지니까 요리도 재밌어지고, 새로운 레시피 시도하는 재미도 생겼어요.
주변에서도 피부 좋아졌다는 얘기도 해주고, 무엇보다 건강검진 결과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한 줄 요약
당뇨에 좋은 야채, 꾸준히 먹으면 입맛도 바뀌고 혈당도 안정돼요.
팁 드리자면요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한 가지 야채부터 꾸준히 드셔보세요. 부담 없이 접근하면 몸이 먼저 반응해줍니다. 혈당 관리, 생각보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