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경고 한 줄
회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펼쳐 봤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이상 없음” 정도만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복혈당 수치가 113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눈이 멈췄습니다. 참고 수치보다 살짝 높은 거라고는 했지만, 거기 적힌 ‘당뇨 전단계’라는 문구가 뇌리에 콕 박히더군요. 당뇨? 설마 나한테? 살짝 놀랐지만, 아직 진짜 당뇨는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하려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조절하지 않으면, 1~2년 안에 당뇨 진단 받으실 수도 있어요.”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밤에 라면, 낮에 빵, 달달한 아이스커피는 일상처럼 흘러갔거든요. 그날 집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음료수와 간식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생각했죠. 이제 진짜 바꿔야겠다고요.
무작정 굶는 게 아니라 뭘 먹을지를 바꿔야 했어요
바로 다음 날부터 검색을 시작했어요. ‘공복혈당 낮추는 법’, ‘당뇨 전단계 식단’, ‘혈당 관리 음식’ 같은 키워드를 두드리다 보니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는데, 솔직히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어떤 건 하루에 사과를 먹으라 하고, 어떤 글은 과일도 독이라며 절대 금지라고 하고…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일단은 ‘내가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귀리를 사봤어요. 일반 귀리 말고 볶지 않은 생귀리요. 전날 저녁 물에 불려서 냄비에 끓이면 묽은 죽 같은 형태가 되거든요. 거기에 무가당 두유 한 컵 넣고,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봤습니다. 처음엔 생소한 조합이었지만 은근히 고소하면서도 배가 든든했어요. 무엇보다 먹고 나서도 혈당이 확 오르지 않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밥은 먹고 싶고, 혈당은 올리고 싶지 않은 그 마음
귀리죽만으로 식사를 대체하다 보니 중간에 질릴 때가 왔어요. 그래서 다른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눈에 들어온 게 곤약밥이었어요. 흰쌀밥에 곤약쌀을 섞어 짓는 방식인데, 실제로 해보면 식감은 살짝 묘하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는 게 아쉬웠어요.
이후에는 콩으로 눈을 돌렸어요. 검정콩을 삶아 반찬처럼 먹으면 단백질도 보충되고,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 특히 간식으로도 좋았어요. 요즘은 삶은 검정콩에 살짝 소금을 뿌려 두세 알씩 집어먹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 외에 시금치, 브로콜리 같은 녹색 채소도 하루 한 번은 꼭 챙기려고 했고, 저녁은 무조건 6시 전에 끝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배고파서 잠이 안 올 정도였는데, 한 2주 지나니까 밤에 허기도 덜하고, 속이 가벼운 느낌이 확실히 들었어요.
선택 기준은 하나, 매일 실천 가능한 음식이냐였어요
당뇨 전단계라는 건 말 그대로 ‘경고’잖아요. 치료라기보다는 예방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절대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귀리, 계피, 콩 이 세 가지가 제 기준에 맞는 조합이었어요.
귀리는 아침을 대신할 수 있어서 좋았고, 계피는 향으로 만족감을 채워줘서 군것질 욕구가 줄었어요. 콩은 반찬으로도 간식으로도 쓸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았고요.
솔직히 고구마나 현미밥도 시도해봤는데, 저한테는 귀리죽이 훨씬 편했어요. 직장 생활 중간중간 챙겨 먹기에도 부담 없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어서 일석이조였죠.
좋아진 수치보다 몸에서 먼저 느껴졌던 변화
수치로 보면, 처음 공복혈당 113이던 게 두 달쯤 지나 98 정도까지 내려왔어요. 숫자보다 먼저 느껴졌던 건 몸의 반응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예전처럼 입이 텁텁하지 않았고, 점심을 먹은 뒤에도 졸음이 덜 했어요.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식후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매번 갈증 나서 물만 찾던 습관도 줄어들었죠.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정신이 맑아졌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전엔 오후만 되면 집중력이 뚝 떨어졌는데, 귀리 식단을 중심으로 바꾸고 나서는 일할 때 컨디션이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현실적인 단점도 있었죠, 꾸준함이 유일한 변수예요
좋은 음식이어도, 매일 똑같이 먹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귀리죽은 아침마다 끓여야 하니 바쁜 날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아예 주말에 3~4일 치 정도를 끓여서 유리 용기에 나눠 담아 뒀어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니까 훨씬 덜 귀찮았어요.
또 하나 단점이라면, 귀리나 콩을 처음 먹으면 장이 놀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가 생길 수 있는데, 양을 조절해가며 천천히 늘리니까 어느 순간 적응이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면 실패하기 쉽다고 느꼈어요.
공복혈당 변화 기록표
날짜 | 공복혈당 수치 (mg/dL)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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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시작 전) | 113 |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단계 진단 |
2주차 | 107 | 아침 귀리죽, 저녁 곤약밥 시작 |
4주차 | 101 | 식사시간 조절 병행 |
6주차 | 96 | 견과류 간식 추가 |
8주차 | 91 | 식습관 완전히 정착 |
음식 종류 | 예시 식품 | 특징 및 효과 | 섭취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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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류/탄수화물 | 귀리, 보리, 현미 | 식이섬유 풍부, 혈당지수 낮음 | 죽, 밥, 스무디 등에 활용 |
채소류 |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 항산화 성분 풍부, 인슐린 민감도 개선 | 데침, 샐러드, 볶음 등 |
콩/두류 | 검정콩, 렌틸콩, 병아리콩 | 단백질·식이섬유 풍부, 혈당 상승 억제 | 삶아서 반찬, 샐러드로 활용 |
견과류 |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 좋은 지방산 포함, 공복 혈당 안정에 도움 | 하루 한 줌 간식으로 |
과일류 | 블루베리, 아보카도, 자몽 | 당 함량 낮고 항산화 효과 있음 | 요거트 토핑, 샐러드, 스무디 등 |
향신료/추출물 | 계피, 강황, 생강 | 인슐린 민감도 향상, 당 흡수 속도 완화 | 가루 형태로 음식에 소량 첨가 |
발효식품 | 요구르트(무가당), 김치, 된장 | 장 건강 개선, 혈당 변동 완화 | 식사 곁들임 또는 간식 대용 |
기름/지방 | 올리브유, 들기름, 아보카도오일 | 혈당 급상승 억제, 혈관 건강 도움 | 샐러드 드레싱, 나물 무침 등 |
차 음료 | 보리차, 우엉차, 돼지감자차 | 혈당 억제, 수분 보충과 함께 체내 당 흡수 지연 | 하루 1~2잔 따뜻하게 마시기 |
기타 보조식품 | 차전자피, 치아시드, 식이섬유 분말 | 식후 혈당 조절, 배변활동 촉진 | 물에 타서 식전/식후 섭취 |
누구든 시작할 수 있어요, 다만 꾸준함이 필요해요
공복혈당이 높다고 당장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방치하면 어느 순간 손쓸 수 없는 시기가 온다는 게 문제죠. 저도 처음엔 ‘이게 진짜 효과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품었지만, 직접 해보니까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나타나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아침 식단부터 바꿔보세요. 어렵지 않게 귀리죽 하나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계피를 뿌리면 혈당도 좀 더 안정되고, 향도 좋아서 포만감도 채워져요. 하루 한 끼라도 혈당에 영향을 덜 주는 음식으로 바꿔보면, 분명히 몸이 달라질 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꾸준함’이에요. 하루 이틀 잘한다고 좋아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중간에 한두 번 놓쳤다고 망가지는 것도 아니에요. 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려는 마음가짐, 그게 가장 필요합니다.
저처럼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고 식단을 바꿔야 할 이유가 생겼다면, 겁내지 마시고 한 발짝씩 시작해보세요. 생각보다 우리 몸은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줍니다. 한 달 후, 몸이 바뀌는 걸 스스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꼭 이렇게 말하게 되실 거예요. “진작 시작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