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혈당이 이상해졌다는 걸 처음 느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저는 당뇨 같은 건 저랑은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냥 체중이 좀 많이 나가는 거지,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다’는 말 듣기 전까지는요.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병원에 들렀는데, 의사 선생님이 정색하면서 말하더라고요. “공복혈당이 114 나왔어요. 당뇨 전단계입니다.”
순간 귀가 멍해졌어요. 머리는 멀쩡한데,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이 생각만 맴돌았어요. ‘내가 당뇨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생각보다 충격이 컸어요. 가족 중에 당뇨 있는 분도 없었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웠거든요. 그냥 밥을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했을 뿐인데… 그게 이렇게 돌아오네요.
처음엔 무작정 밥부터 줄였어요
뭔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블로그를 뒤져보고, 유튜브도 보고, 여러 조언을 들었지만 그 정보들이 다 달랐어요. 당장 할 수 있는 건 ‘밥 양 줄이기’라서 흰쌀밥을 반 공기로 줄였죠.
근데 너무 허기지더라고요. 아침부터 기운 없고, 점심 전에는 손이 덜덜 떨리는 느낌… 아내가 묻더라고요. “왜 이렇게 말이 없어요?” 그때 대답도 못 했습니다. 배고프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억울하기도 했고요.
몸에 좋다는 잡곡밥으로 바꿔보려고 마트에 갔어요. 현미, 귀리, 보리, 퀴노아, 렌틸콩… 종류가 너무 많아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전부 다 건강하대요. 근데 어느 걸 어떻게 먹어야 좋다는 건 모르겠고, 그냥 이름이 익숙한 ‘현미’를 선택했어요.
처음 밥해서 먹었을 때는 진짜 딱딱하고 씹기 힘들었어요. 배도 안 부르고요. 먹는 게 고문이라는 느낌이 처음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라면 끓여 먹은 날
며칠 그렇게 참다가 결국 밤에 못 참겠더라고요. 새벽 두 시였어요. 냉장고에 있던 라면 하나 꺼내 끓여 먹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라면 한 그릇이 아침 공복혈당을 엄청나게 올려놨더라고요. 다음 날 수치가 120을 넘었어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운동도 안 하고, 식단도 막 먹고… 그러다 우연히 어떤 분이 귀리를 차로 우려마신다는 글을 봤습니다.
솔직히 그땐 귀리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잡곡 중 하나 아닌가? 싶었죠. 근데 거기에는 포만감도 좋고, 혈당 관리에도 도움 된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끌려서 바로 귀리를 사봤어요.
귀리를 차로 마셔본 첫날, 진짜 맛없었어요
귀리를 물에 넣고 30분 넘게 끓였어요. 냄새는 고소한데, 마셔보니까 텁텁하고 진했어요. 마치 탄 누룽지 우린 물 같달까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걸 마시고 나니까 속이 편했어요. 공복인데도 뭔가 든든했고요. 다음 날 아침에 혈당을 재보니까, 살짝 내려가 있었어요.
“설마… 진짜 효과 있는 거야?” 의심도 들고, 기대도 생겼습니다. 귀리 양을 줄이고 끓이는 시간을 조절하니까 그다음부턴 맛도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이상하게 아침에 빵이나 밥이 없어도 허기가 덜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매일 아침 따뜻한 귀리차 한 잔. 저만의 루틴이 생긴 거죠.
귀리 하나에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귀리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전보다 차분해졌어요. 식사 전 포만감이 생기니 과식도 줄었고요. 점심 때 폭식하던 습관도 자연스럽게 줄었어요.
한 달쯤 지나니까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내려갔습니다. 공복혈당이 98이 나왔던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거의 십 년 만에 두 자릿수로 본 공복혈당이었거든요.
귀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제 생활 전체가 달라졌어요. 운동도 다시 시작하게 됐고, 가공식품은 점점 줄이고 자연식으로 가게 됐습니다.
귀리로 시작한 변화가 전반적인 삶의 리듬을 만들어준 거예요. 마치 새벽의 따뜻한 차 한 잔이 제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정리해주는 느낌이었죠.
지금도 귀리는 제 하루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귀리차를 매일 마시진 않아요. 대신 오트밀 형태로 먹거나, 밥에 살짝 섞기도 하고요. 그때그때 기분 따라 바꾸지만, 귀리는 여전히 제 식단의 중심이에요.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에는 어김없이 귀리차를 꺼냅니다.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아, 괜찮아질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제가 앞으로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이 ‘귀리와의 아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뇨 전단계는 경고였지만, 돌이켜보면 삶을 한 번 점검해볼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귀리 섭취 전후 공복혈당 관리 변화표
구분 | 귀리 섭취 전 | 귀리 섭취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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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형태 | 흰쌀밥 + 반찬 위주 | 귀리차 / 오트밀 / 잡곡밥 위주 |
포만감 지속 시간 | 2시간 이내 허기 발생 | 4~5시간 안정적인 포만감 유지 |
공복혈당 수치 | 평균 114~120mg/dL 이상 | 평균 98~103mg/dL 유지 |
식후 폭식 여부 | 점심 폭식 잦음 | 점심 적정량 섭취 유지 |
간식 유혹 빈도 | 새벽 시간대 간식 자주 섭취 | 야식·간식 거의 없음 |
심리적 스트레스 | 혈당 걱정으로 불안함 | 루틴 정착 후 심리적 안정감 생김 |
귀리 섭취 방식 | 없음 또는 밥에 무작위로 섞음 | 볶은 귀리차 / 오트밀 / 잡곡 혼합 |
생활 습관 변화 | 규칙 없음 | 아침 루틴 + 가공식품 줄이고 운동 병행 |
가장 뚜렷한 변화 | 불규칙한 혈당 + 식욕 통제 어려움 | 공복혈당 안정 + 포만감 덕분에 식단 조절 용이 |
현재 귀리 활용 상태 | 귀리 섭취 없음 또는 거부감 | 식단 중심 식재료로 정착 (매일 형태 다양하게 활용) |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 이번에 절실히 배웠습니다. 공복혈당이라는 숫자 하나가 처음엔 무섭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저를 살게 한 메시지였어요.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이 저처럼 처음 그 숫자를 마주하고 계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작은 변화가 분명히 있어요. 귀리 한 숟갈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