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당황스러움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혈당계를 들었어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채혈을 하고, 숫자가 나오길 기다렸죠. 112.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였는데 110이 넘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어요. 벌써 세 번째였거든요. 병원에선 당장 약을 먹으라고 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계속되면 진짜 당뇨 진단 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뒤숭숭했어요. 점심도 제대로 안 넘어가고, 머릿속은 ‘도대체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죠. 식단은 나름 조심하고 있었고, 저녁마다 산책도 하고 있었는데 수치는 왜 자꾸 올라갈까 싶었어요.
그러다 저녁에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유튜브 하나 틀었는데, 그 영상에서 ‘식이섬유 섭취가 공복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죠. 식이섬유라면 그냥 채소 많이 먹는 거 아니야? 변비에 좋은 거잖아, 이게 혈당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리에 맴돌았어요. 왠지 모르게 ‘이거다’ 싶었던 거죠.
고민 끝에 장바구니에 담은 식이섬유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마트를 들렀어요. 원래는 그런 거 잘 안 사는 성격인데, 귀리, 차전자피, 치아씨드, 아마씨 같은 걸 장바구니에 넣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저도 조금 놀랐어요.
보충제도 찾아봤는데 종류가 너무 많더라고요. 알약, 파우더, 젤리, 심지어 음료 형태도 있고요. 도대체 뭘 고르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검색하다가 리뷰 보고 ‘무난하다’는 파우더형 하나를 골랐어요.
집에 와서 첫 날은 들뜬 마음으로 귀리죽을 끓였고, 보충제는 물에 타서 마셨죠. 기대가 컸어요. 뭔가 바로 효과가 날 것 같은 기분 있잖아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밤새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너무 차서 잠을 설쳤어요. 새벽에 깨서 괜히 혈당 한 번 재봤는데, 114. 진짜 허탈했어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오히려 더 올라간 거예요.
시행착오, 그리고 다시 조절하기 시작한 일상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까 몸이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갑자기 식욕도 없고, 배는 항상 부른 느낌에 물조차 꺼려졌어요. 결국 며칠은 식이섬유 보충제도 쉬고, 식단도 원래대로 돌아갔어요.
그 시기에 스스로에게 실망도 컸어요. ‘나한텐 안 맞는 건가’, ‘역시 뭐든 꾸준히 안 되는구나’ 하는 자책도 들고요.
그러다 어느 날 아내가 한마디 했어요.
“이왕 시작한 거,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한 끼만 바꿔봐.”
그 말이 터닝포인트였어요.
그때부터 점심 한 끼만 고식이섬유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아침은 기존대로, 저녁도 가족들과 똑같이 먹되 점심 전에 식이섬유 보충제를 물에 타서 마시고, 밥은 현미로 바꾸고, 반찬도 나물이나 두부 위주로 조절했어요.
놀라운 건 그렇게 조절하니까 속도 편하고, 공복혈당도 서서히 내려가더라는 거예요.
수치보다 내 몸을 먼저 보기 시작한 순간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이 있어요. 아침 혈당이 97이 나왔던 날. 진짜 오랜만에 두 자리 수를 본 거예요. 숫자를 보고 나서도 뭔가 얼떨떨했어요. 그날은 출근길이 달랐어요. 커피를 마시는 손도 가볍고, 하늘이 좀 더 파랗게 보이더라고요.
그날부터였어요. 수치 하나에 목숨 걸듯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꾸준함이 결국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 게요.
지금은 하루에 두 번, 식전 30분쯤 식이섬유 보충제를 마시고 있어요.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몸이 먼저 알아서 요구하는 것 같아요. 하루라도 거르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식사량이 조절되지 않는 느낌이 들거든요.
식단도 고정해두진 않아요.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바뀌지만 원칙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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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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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꼭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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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은 절반만
이런 틀만 지켜도 하루가 안정돼요.
예상 밖의 당황스러운 경험도 있었다
솔직히 한 번은 무리하게 식이섬유 섭취를 늘렸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어요. 해외 직구로 들여온 고농축 식이섬유 젤리를 하루에 세 개씩 먹었는데, 며칠 뒤 심한 복통에 응급실까지 간 거예요. 장에 가스가 너무 차서 복부팽만이 심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정말 당황했어요. 아무리 좋은 것도 내 몸에 맞는 양과 리듬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 뒤로는 양을 정해두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였어요. 하루 2리터 이상은 꼭 마시려고요.
그리고 공복혈당이 낮아졌다고 방심해서 저녁 늦게 야식 먹고 다음날 110 넘긴 날도 있었죠. ‘아, 다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도 그때 절감했어요.
요즘의 루틴과 작은 기쁨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게 물 한 컵에 식이섬유 보충제 타서 마시는 거예요. 그다음엔 5분 스트레칭, 그리고 혈당 측정.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이 어느새 익숙해졌어요. 예전엔 아침 혈당 보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하루의 상태를 체크하는 과정처럼 느껴져요.
식단은 일주일 단위로 아내랑 같이 짜요. 귀리밥, 나물무침, 삶은 달걀, 양배추 쌈, 두부부침 같은 걸 중심으로 꾸리는데, 입맛도 예전보다 깔끔해졌고, 속도 훨씬 편해졌어요.
당 수치가 내려가는 것도 좋지만, 진짜 변화는 마음이 덜 불안해졌다는 거예요. 이제는 뭐 하나 먹을 때도 ‘괜찮을까?’보다는 ‘이건 내 몸에 좋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어요.
내가 직접 해보며 정리한 식이섬유 섭취 루틴 변화표
시기 | 식이섬유 섭취 방법 | 몸의 반응 또는 경험 | 느낀 점 또는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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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도 | 귀리죽 + 파우더 보충제 | 속 더부룩, 가스 참, 혈당은 더 올라감 | 양과 타이밍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느낌 |
2주차 | 아침, 점심마다 보충제 섭취 시도 | 변비, 식욕 저하, 몸이 버거움 | 무리하게 늘리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 |
아내 조언 후 | 점심 한 끼 식전에 보충제 + 현미밥 | 속 편안함, 혈당 점진적 감소 | 꾸준히 천천히, 한 끼만 바꿔도 효과 있음 |
복부통증 시기 | 하루 3번 고농축 젤리형 섭취 | 복부 팽만, 응급실 방문 | 보충제도 과하면 독, 적당히가 핵심 |
안정기 | 하루 2회 식전 30분 전 섭취 | 공복혈당 안정, 식사량 자연스레 조절됨 | 루틴화가 가장 큰 힘이 되어준다는 걸 느낌 |
지금 내가 지키고 있는 식단과 생활 습관 요약표
시간대 | 식사/습관 내용 | 식이섬유 포함 여부 | 공복혈당에 미친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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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직후 | 물 1컵 + 식이섬유 보충제 섭취 | 포함 | 수치 안정, 하루 시작이 가벼워짐 |
아침 식사 | 현미밥 소량 + 나물반찬 + 들기름 한 방울 | 자연식이섬유 다량 포함 | 위 부담 줄고 점심 폭식 줄어듦 |
점심 전 | 식이섬유 보충제 섭취 | 포함 | 식사량 조절, 혈당 급등 예방 |
저녁 식사 | 샐러드 + 단백질 위주 구성 | 샐러드에 포함 | 저녁 혈당 안정에 도움됨 |
하루 전반 | 수분 2L 이상 섭취, 저녁 산책 | 간접적으로 식이섬유 작용 보완 | 몸 전체 리듬 안정, 당 변화 폭 줄임 |
지금 돌아보면 마음에 남는 한 문장
가끔 지난 글을 읽거나 혈당 수치 기록을 보면, 스스로 대견해요. 물론 실수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 내가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제가 혼잣말처럼 썼던 문장이에요.
“혈당은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리듬이다.”
그 리듬을 맞춰주는 데 식이섬유가 큰 역할을 해줬고, 저는 그 덕분에 다시 내 몸과 화해할 수 있었어요.
지금 누군가 공복혈당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어렵게 시작하려 하지 마시고 작은 변화 하나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저처럼요.
마법 같은 건 없어요. 그저 아주 작고 꾸준한 걸로도 몸은 반응하더라고요. 그걸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