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차 당뇨에 효과 있을까? 내 경험담

그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집에 오는 길이 참 조용하게 느껴졌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건넨 말은 “당뇨 전단계예요.”라는 한마디였는데, 어쩐지 내 몸 전체가 움찔하며 멈춰버리는 느낌이었어요. 그 말이 낯설지 않았던 건 평소에도 피곤하고, 어딘가 무겁고, 속이 자주 불편했기 때문이겠죠. 제 안 어딘가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막상 의사의 입을 통해 듣게 되니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날 따라 공복 혈당 수치는 113이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무겁게 만들 줄 몰랐어요. 아내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마트에 들렀습니다. 무언가를 사야 마음이 나아질 것 같았는데,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과일 코너를 지나 계피 향이 은은히 나는 허브류 진열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통계피 한 봉지를 집어 들었어요. 그때는 왜 그걸 샀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끌렸습니다.

내 몸을 위한 첫 번째 루틴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을 끓였습니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할 때 통계피 두 조각을 넣었어요. 갑자기 방 안에 퍼지는 향이 너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그 냄새였거든요. 말린 대추와 계피를 같이 끓여서 감기 예방한다고 마시게 하던 그 차. 그 시절엔 억지로 마셨던 게 이렇게 스스로 찾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첫 계피차를 마시면서 ‘내가 나를 위해 뭔가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혈당이 당장 뚝 떨어질 리는 없지만,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차를 마시는 시간 동안은 핸드폰도 TV도 내려두고, 조용히 제 안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바꾸고 싶다는 마음만으론 안 되는 일

며칠간은 계피차를 매일 아침, 혹은 저녁에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루 이틀 바빠지다 보면 끓이는 걸 잊고 지나가게 되고, 그러다 다시 예전 식단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당이 많은 과일을 핑계 삼아 먹고,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죠. 계피차 끓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내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같이 무뎌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다시 피검사를 받았을 때 수치가 117로 올라 있었어요. 처음보다 더 높아진 숫자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식단표도 쓰다가 말고, 운동은 작심삼일에 그치고, 차 한 잔조차 이어가지 못한 제 모습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날은 혼자서 차 안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더라고요.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 순간

그날 밤, 늦게 들어온 아내가 “요즘 왜 차 안 끓여?”라고 묻는데, 괜히 울컥했습니다. 혼자 시작한 줄 알았던 루틴이 사실은 누군가에게도 익숙해져 있었던 거죠. 말없이 주전자를 꺼내 물을 올리고, 계피를 넣었어요.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마음도 조금씩 풀어졌습니다. 자책은 뒤로하고,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매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루라도 하면 잘한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계피차는 다시 제 하루를 정돈하는 시간이 되었고, 차를 마시면서 작은 다이어리를 펴고 하루 식사를 간단히 적기 시작했습니다. 과하게 바꾸려 하지 않고, 꾸준히 나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전환한 거죠.

계피차가 만들어 준 정적인 시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 8시쯤입니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조용히 주방에 앉아 계피차를 끓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좋아요. 불을 약하게 줄이고,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계피 향이 퍼지기 시작하죠. 그 향을 맡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스마트폰도 내려두고, 음악도 틀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하루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냥 이 시간을 즐깁니다. 계피차는 단지 혈당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상징이 됐어요. 당뇨라는 단어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내 일상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아침엔 공복 혈당을 체크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합니다. 계란이나 두유, 귀리죽 같은 부드러운 식사로 하루를 시작해요.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가볍게 먹되, 탄수화물은 가능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저녁은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고, 계피차로 마무리합니다.

가끔 야식 생각이 날 땐, 차라리 계피차를 진하게 끓여 마셔요. 그 향과 따뜻함이 입맛을 눌러줄 때가 많습니다. 무리하지 않기, 조급해하지 않기, 나를 혼내지 않기. 그게 요즘 제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이에요.

계피차 한 잔으로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계피차가 특별한 약이었던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효과가 없다고도 말하겠죠. 그렇지만 제게는 그 한 잔이 하루를 바꾸는 문이 되어줬어요.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 세우게 해줬고, 숫자에만 집중하던 시선을 나 자신으로 돌릴 수 있게 해줬습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피곤해서 거르고 싶을 때도 있고, 혈당이 다시 올라가면 괜히 불안해지기도 해요. 그래도 예전처럼 도망치지는 않습니다. 계피차를 끓이며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계피차를 마시며 달라진 나의 루틴

구분 이전 생활 습관 계피차 이후 변화된 습관
아침 식사 간헐적 단식 시도, 불규칙 고구마, 계란, 두유 등으로 규칙적 구성
점심 식사 직장 회식 위주, 탄수 위주 도시락 지참 또는 샐러드, 단백질 중심
저녁 식사 늦은 시간 야식, 스트레스성 폭식 6시 이전 소식, 계피차로 마무리
수면 습관 새벽 1~2시, 수면 질 낮음 11시 전 취침, 숙면 가능해짐
스트레스 해소법 스마트폰, 폭식 산책, 독서, 차 마시기
공복 혈당 수치 평균 110~115 평균 95~100으로 안정
감정 상태 불안, 좌절감 반복 차분함, 자기관리 감각 상승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당뇨 전단계 진단받았을 때 뭐부터 하셨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계피차 한 잔부터 시작했어요. 숫자보다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봤어요.”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선 아무리 좋은 식단, 비싼 보조제를 써도 지속되지 않더라고요. 먼저 나 자신을 돌보는 작은 습관 하나, 그것부터 쌓아가는 게 진짜 시작이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계피차를 끓입니다. 주방에 퍼지는 향기 속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되새깁니다.
그 작은 감각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고 있어요.